등산객들의 무분별한 라면 국물 취식이 국내에서 문제가 되는 가운데, 일본 언론도 이 같은 실태를 보도했다. 산 정상에서 라면 국물 ‘인증샷’을 찍는 문화 탓에 환경이 오염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일본 닛폰테레비(NTV)는 전날 “한국 제주도의 한라산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한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라산에 등반해 정상에서 라면을 먹는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아무렇게나 버려진 라면 국물 탓에 설산이 주황색으로 물들고, 젓가락이 아무렇게나 버려진 모습을 공개했다.
NTV는 “한라산이 ‘라면 국물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그 배경에는 한국에 뿌리내린 라면 문화가 있다”며 “라면을 즐기는 문화가 한라산까지 확산했다. 산기슭의 편의점에는 선반을 가득 채울 정도의 많은 컵라면이 진열돼 있다. 실제로 산을 취재해보니 휴게소 곳곳에서 컵라면을 먹는 소리가 들린다. 라면을 먹기 위해 산을 오르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NTV는 한라산에 설치된 ‘라면 투기 금지’ 안내판을 소개하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라면 국물이다. SNS 유행과 함께 남은 국물을 산더미처럼 쌓아두는 사람이 속출했다. 이러한 문화가 자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에 출연한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라면 국물의 염분이 수분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이곳(한라산)에 있는 식물들이 고사할 위험이 잇다”며 “한라산 관리소 측이 청소작업을 하면서 국물을 버리지 말 것을 당부하는 안내판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해당 보도에 대해 “한라산이 세계문화유산에서 제외되는 걸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어떻게 먹고 남은 것을 그 자리에 버릴 수 있나. 일본 후지산도 마찬가지다. 등산객의 의식이 중요하다” “후지산 등 다른 산에서도 쓰레기 문제가 있는 만큼 남 일이 아니라고 느껴진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쓰레기통이 없으면 싸가지고 간다는 일본인들의 마인드가 한국인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듯” 등 의견을 내놨다.
한편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라면 인증샷’에 몸살을 앓아왔다. 등산객들이 컵라면을 싸들고 등산한 뒤 남은 국물을 투기해 환경오염 우려가 제기되자 이를 막기 위해 ‘라면 국물 남기지 않기 캠페인’ 등을 벌였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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