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단독] “자식 두고 온 엄마들인데…” 눈물 삼킨 참사 생존자들

화성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생존자 6명 인터뷰
“쉬는 시간 10분, 눈빛으로 서로 응원했는데…”

입력 : 2024-06-25 13:25/수정 : 2024-06-25 13:51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화재로 22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리튬배터리 제조공장 근로자 대다수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가족들을 중국에 두고 건너온 중국 동포들이었다. 24일 화재 당시 아리셀 공장 3동 1층에서 근무하다 탈출한 백모(41)씨는 “(작업 현장에는) 옌볜에서 온 사람이 많다. 대부분은 가난해서 자식 떼어놓고 돈 벌겠다고 온 엄마들”이라며 “맨날 모여서 고향 얘기했던 사람들이 지금 저렇게 됐다니까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25일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에서 살아남은 작업자 중 6명을 인터뷰했다. 생존자들은 여전히 동료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아리셀 공장에서 4개월간 일했다는 백씨는 “(화재 피해를 본) 근로자 거의 다 외국인이고 외로운 사람들”이라며 “나도 중학교 2학년 아들을 혼자 중국에 두고 남편하고 넘어와 돈을 번 지 10년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25일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백씨는 “근로자 안전수칙은 공장 벽에 잘 붙어 있었다. 선배들이 후배들도 잘 가르쳤다”며 “직원들은 대부분은 가까워서 모여서 떠들고 서로 언니 동생 하는 사이였다”며 “같은 동포들끼리 돈 벌자고 왔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져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청업체 직원으로 3개월째 근무한 40대 중국 동포 홍모씨도 화재 당시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홍씨 역시 중국에 대학생 아들을 남겨두고 남편과 같이 한국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되짚으면서 “우리는 폐쇄된 공간에서 일하니까 뻥뻥 터지는 소리는 못 들었다”며 “대신 사이렌 울려서 무슨 일인지 나와서 보니까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사망자에 대해선 “평소 작업 도중 쉬는 시간이 10분밖에 없어 화장실 갔다 오기도 바빠 제대로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다”며 “같이 옌볜에서 온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 눈빛으로 늘 서로를 응원했다”고 전했다.

생존자들은 화재 당시 상황을 떠올리기조차 어려워 했다. 당시 불이 났던 3동 바로 옆 공장에서 일했던 안모(48)씨는 “아직도 머리가 아파서 계속 누워있는 상황이다. 아무도 안내해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오후에 혼자 병원에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25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 유가족들이 도착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40대 중국 동포 김모씨는 “아직 정신이 안 돌아왔다”며 “정신없이 대피해서 집에 왔다. 병원에 가라는 안내는 따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청업체 직원으로 일한 중국 동포 허모(25)씨도 직원들 사망 소식에 대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다가 “너무 충격을 받아 말을 하기 어렵다”면서 눈물을 삼켰다.

외국인 노동자가 주를 이뤘던 3동 공장에는 일용직 노동자와 하청업체 직원 등이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40대 중국 동포 A씨는 “중국인 직원 중에서도 회사와 직접 계약한 직원과 용역이 있었다”며 “다 같이 살아 나올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원통하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화성=윤예솔 최원준 기자 fac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