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혐오’로 번진 성폭행… 지자체 직접 사과한다

25일 공식 사과문 발표…20년전 사건에 이례적 조치
성범죄 근절 및 인권친화적 도시 조성 약속

입력 : 2024-06-25 06:55/수정 : 2024-06-25 10:12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당시 가해자들이 경찰에 붙잡혀 온 모습. MBC 보도화면 캡처

20년 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재조명돼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경남 밀양시가 25일 공식 사과한다.

밀양시는 이날 오후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안병구 밀양시장과 8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사과문을 발표한다고 전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안 시장은 향후 성범죄 근절방안 마련과 인권친화적 도시 조성을 약속할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신의 임기가 아닌 수십년 전에 발생한 과거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 사건으로 밀양 지역의 이미지 타격이 심각한 데다 ‘밀양 혐오 정서’까지 퍼지고 있는 상황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밀양 성폭행 사건이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밀양시청 홈페이지에는 “집단 강간의 도시” “성폭행의 도시” “밀양은 성폭행범을 두둔하는 도시인가” “앞으로 밀양 근처에도 안 갈 거다” “믿고 거르는 도시” 등의 항의 글이 잇따랐다.

안병구 밀양시장. 밀양시 제공, 뉴시스

밀양시 관계자는 “당시 사건에 대한 밀양 지역사회도 책임이 있고 과거 피해자의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기성세대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며 “밀양시와 시민단체가 한목소리로 어른들의 불찰에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발표할 계획”이라고 여성신문에 전했다.

밀양 사건은 2004년 밀양에서 44명의 남학생이 여중생 1명을 1년간 지속적으로 집단 성폭행한 사건으로 최근 온라인상에서 가해자 폭로가 이어지며 재조명됐다. 당시 가해자들은 1986~1988년생 고등학생이었는데 이들 중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 전과 기록조차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분이 일었다.

한편 이번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 중 9명은 지난 23일 밀양경찰서를 찾아 ‘허위사실 작성자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집단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사건과 관련이 없는데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진이 게시되고 신상 공개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진정인 조사와 각종 커뮤니티 및 유튜브 게시글과 영상을 확인하는 등 입건 전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들 외에도 온라인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광범위하게 확산하면서 이에 따른 고소·진정도 잇따르고 있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23일까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접수된 고소·진정 건수는 110여건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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