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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기후변화 난리인데…쪼그라든 기후대응기금에 ‘비상’

주요 재원 탄소배출권 가격 하락 탓


정부의 기후대응기금 출연 사업 예산이 잇따라 삭감되며 기후변화 대응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올해는 2차례 감액한 지난해보다 4% 가까이 줄었다. 이마저도 중도 삭감 풍파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기금의 주요 재원인 탄소배출권 가격이 점점 더 떨어지고 있는 탓이다. 6월 폭염 같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편성된 기후대응기금 출연 예산 규모는 전년 대비 3.8% 감소한 2조3918억원이다. 이는 앞으로 모일 기금 규모를 고려해 편성됐다. 이로 인해 기금을 출연해 시행하는 온실가스 감축 사업, 기후 취약계층 지원 관련 사업 등도 사업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기금 출연 예산을 대폭 삭감한 이유로는 ‘탄소배출권 가격’ 문제가 꼽힌다. 2022년 출범한 기금은 탄소배출권을 판 돈이 주요 재원이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높을수록 기금 규모가 커지지만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탄소배출권 수입은 852억원에 그쳐 목표액의 21.3%를 채우는데 그쳤다. 정부는 올해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전망에 예산을 삭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석탄발전 감소, 재생에너지 증가 여파로 배출권이 초과공급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해 사업 예산이 더 깎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만1000원을 웃돌았던 탄소배출권 t당 가격은 이날 기준 892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대규모 중도 ‘지출 구조조정’을 볼 때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기재부가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한 ‘2023회계연도 세입세출 및 기금결산 사업설명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금 출연 사업 예산은 당초 편성에서 107억2000만원이 중도 삭감됐다. 사업 중에는 ‘그린스타트업 타운조성’ 사업 예산 감액분이 가장 컸다. 예산 편성 때만 해도 300억300만원의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90억4000만원가량 줄어든 209억6300만원만 집행됐다.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이나 ‘생태계 기후대응 통합정보관리’ 등 다른 사업도 예산이 삭감됐다.

예산 삭감으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배출권 거래에만 의존하지 말고 관련 파생상품 개발 등으로 수입 창구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조성자 확대, 배출권 간접투자상품 개발 등 시장 참여자를 늘려 해외처럼 탄소의 ‘투자 자산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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