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로남불… 10년 전 민주 “다수당 폭거” 국힘 “의장 결단 존중”

여야, 의석수 따라 아전인수 해석
“상황 맞춰 모순적 발언 내뱉으며 국회 파행”

입력 : 2024-06-23 13:31/수정 : 2024-06-23 15:10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장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이 상정되고 있다. 연합뉴스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국회 운영은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운영 독주에 반발하는 국민의힘에서 나올 법한 소리다. 그러나 이는 10년 전 소수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이 당시 다수 여당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국회 운영 방식에 항의하는 외침이었다. 반면 현재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과거 “국회의 무기력한 모습에 국회 무용론까지 나온다”며 일방적 국회 운영의 명분을 강조했었다. 여야 모두 지금과는 다른 처지에서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셈이다.

여야가 원 구성 협상을 두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과거 양당 의원들의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민주당이 소수당, 국민의힘이 다수당이던 시절 의원들은 정확히 정반대의 논리를 펼쳤다. 전형적인 ‘내로남불’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일방적으로 열고, 야당은 상임위장을 박차고 나가는 장면은 여야 대치의 단골메뉴였다. 새누리당은 2014년 9월 16일 운영위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어 정기국회 의사일정 협의 안건을 단독으로 상정했다. 당시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독단적, 일방적 국회 운영을 자행하는 것은 제1야당에 대한 모멸이고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키는 것”이라며 전체회의를 보이콧했다.

반면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이완구 당시 운영위원장은 “5개월간 1건의 법률안도 처리하지 못했고, 정기국회가 열린지 보름이 지나도록 의사일정도 결정하지 못했다. 국회의 무기력한 모습에 국민은 국회 무용론까지 이야기하고 있다”며 여당의 일방통행을 정당화했다.

국회의장의 역할과 권한을 두고도 과거의 여야는 지금과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2015년 5월 6일 최민희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의장이) 과도한 해석으로 국회법 범위를 넘는 월권적 직권상정을 했다”며 “정 의장과 새누리당은 반의회주의 폭거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출신 정의화 당시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가 없었는데도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직권상정한 것이 의회주의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반면 권은희 당시 새누리당 대변인은 “대법관 장기 공백 상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며 “정 의장의 결단을 존중한다”고 지원 사격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0일 오후 본회의를 개회하기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사퇴 촉구 시위를 뚫고서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법정 시한 준수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는 상황에 따라 정반대 주장을 내놨다. 정 의장은 2014년 11월 26일 여야 쟁점사안이었던 담뱃세 인상 관련 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했다.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는 경우 예산 심사 기한 다음날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이에 대해 박대출 당시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회의장이 고유 권한을 행사해 내린 결정인만큼 존중한다”며 “국회선진화법 취지를 살려 선진국회를 만들려면 올해는 반드시 법정 처리시한 준수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이에 반발하며 국회 일정 참여를 거부했다. 당시 안전행정위 간사였던 정청래 의원은 “국회의 민주주의 절차를 의장이 짓밟았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폭거를 저질렀다”고 했다.

이처럼 여야 모두 의회 권력 지형에 따라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장과 해석을 내놓으면서 국회가 파행을 빚는 일이 잦았다. 이런 모순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국회 운영 관행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여야가 소수파냐 다수파냐에 따라 처지가 바뀔 때마다 태도를 달리하는데, 이야 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민주주의는 법에 따른 단순 다수결로만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바람직한 관행을 형성해야 공공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여야 간 관행이 완전히 깨졌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상황에 따라 진정성 없는 모순적인 발언을 내뱉으며 국회를 파행시키는 것”이라며 “이번에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아니면 아예 국회법을 개정해 완전한 승자독식적 체제로 가야 만성적 국회 파행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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