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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대치동 ‘정전’ 원인 찾고보니…범인은 까치였다

전신주 위에 까치 둥지가 지어져 있다. 둥지에서 떨어진 나뭇가지와 철사가 주로 정전을 일으킨다. 한국전력공사 제공

지난 16일 오전 9시8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에 난데없이 정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도곡역 인근 아파트 약 2400세대에서 전력 공급이 잠시 중단됐다. 곧이어 강남소방서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관내 한 아파트에서 연기가 심하게 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출동한 소방관에 따르면 아파트 지하와 연결된 환풍구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소방관은 정전으로 비상 발전기가 돌아가면서 연기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아파트에서는 입주민 2명이 엘리베이터에 갇혔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주민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도곡역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조모씨는 “아침부터 ‘펑’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가게 전기가 모두 나갔다”며 “냉동고가 작동을 멈춰 식재료는 다 녹았고 에어컨도 켜지지 않아 손님들이 더위로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30대 여성 이모씨는 “커피 기계 전원이 나가고 포스기도 오후 3시까지 켜지지 않아 30만원 넘게 손해봤다”고 했다.

정전은 까치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사고 당시 전선 주변에서 까치 사체가 발견됐다”며 “까치가 전선에 앉아있다가 날개를 펴는 과정에서 복수의 전선과 접촉해 정전이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선에 앉은 까치로 인한 정전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조류로 인한 정전 사고는 2021년 66건, 2022년 127건, 2023년 110건 발생했다. 이 중 까치 접촉으로 발생한 정전은 2021년 8건, 2022년 22건, 2023년 25건 등이다. 최근 3년간 55건의 정전 사고가 까치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까치는 높은 곳에 올라가 휴식을 취하거나 둥지를 짓는 습성이 있다. 이 습성 때문에 정전의 주범이 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까치가 전신주에 둥지를 짓는 과정에서 철사나 나뭇가지를 전선에 떨어뜨리거나 먹이를 숨기기 위해 부리로 전선을 파손시키다가 정전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서울 관악구에서 전신주 위에 둥지를 짓던 까치가 젖은 나뭇가지를 떨어뜨려 대학동 일대 780세대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같은 해 9월 서울 구로구에서도 까치가 전선을 건드려 오류동 일대 483세대에서 정전 사고가 났다.

한전도 갖은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전은 매년 1~5월 전선 주변 둥지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수렵협회 등에 위탁해 까치를 포함한 조류 포획 작업도 하고 있다. 한전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둥지 철거 비용으로 약 1571억원을 썼다. 같은 기간 포획 보상금으로는 약 76억원을 지급했다.

전문가는 까치로 인한 정전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단순히 개체를 제거할 게 아니라 공존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동물의 습성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제거에만 초점을 맞추면 같은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전신주 주변에 가느다란 철사를 설치해 까치가 전신주에 앉는 것을 막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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