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폭탄 막으려면 시행사 자기자본율 높여야”

KDI, PF 부실 대안 제시
30~40% 수준 끌어 올려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개발사업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 지적이 나왔다. 최소한 선진국 수준인 30~40% 수준으로는 끌어올려야 PF 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평가다. 건설사가 영세 시행사의 보증을 서줘 대출을 수월하게 만드는 기형적인 구조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공급이 일부 위축되더라도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것보다는 낫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일 발표한 ‘갈라파고스적 부동산 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PF 부실은 한국의 독특한 개발사업 구조가 양산했다. 국내 개발산업은 영세 시행사가 은행에서 목돈을 대출받아 착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대장동 사건도 이런 형태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2023년 추진됐던 총액 100조원 규모 PF 사업장 300여곳의 한 곳 당 평균 사업비는 3749억원이다. 그런데 사업주체인 시행사의 자기자본은 한 곳 당 평균 118억원에 불과하다. 자기자본비율이 3.2%에 불과한 것이다.

영세 시행사가 이렇게 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건설사의 ‘책임준공확약’이라는 일종의 보증 때문이다. 책임준공확약이란 건설사가 어떤 경우라도 건물을 준공하겠다는 약속을 뜻한다. 시행사는 이를 담보 삼아 대출을 받는 것이다. 다만 이 약속은 개발사업 인·허가 취득 실패 등의 변수가 발생하면 휴지 조각이 된다. 대출금은 부실 채권으로 전락할 공산이 높아진다.

문제는 이 같은 위험을 안은 PF 대출액이 지나치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PF 대출·보증 액수는 160조원에 육박한다. 불과 4년 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100조원을 밑돌던 것이 급격히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토지담보대출과 새마을금고 대출 등 유사 PF 대출을 포함하면 실제 대출액은 230조원에 달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언제든 부실채권이 될 우려가 상존한다.

보고서는 이 문제가 십수년간 방치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시행사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것을 권고했다. 미국(33%)·일본(30%)·네덜란드(35%) 등 다른 선진국은 개발사업 시 시행사 자기자본비율을 최소 30% 이상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건설사도 기일 안에 건물을 준공하기로 약속할 뿐 시행사에 책임준공확약을 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해외 사례를 참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3자 보증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주택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개발 이익을 소규모 시행사가 독점하고 모든 위험은 사회화시키는 구조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며 “되레 보증 부담이 사라지는 건설사가 공사비를 낮출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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