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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생 중 우리 아들만 없어…” 사망 훈련병 모친 편지

‘얼차려 사망’ 훈련병 수료식 예정됐던 19일
군인권센터 훈련병 어머니 편지 공개

입력 : 2024-06-19 13:23/수정 : 2024-06-19 13:25
얼차러 훈련을 받다 숨진 박모 훈련병 입영식 당시 박 훈련병이 어머니를 업고 있다. 군인권센터 제공

군인권센터는 19일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숨진 박모 훈련병의 ‘시민 추모 분향소’ 운영을 앞두고 박 훈련병 어머니가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이날은 박 훈련병의 수료식이 예정돼 있던 날이다.

박 훈련병 어머니는 “12사단 입대하던 날 생애 최초로 선 연병장에서 엄마, 아빠를 향해 ‘충성’하고 경례를 외칠 때가 기억난다. 마지막 인사하러 연병장으로 내려간 엄마, 아빠를 안아주면서 ‘군 생활 할만 할 것 같다’며 ‘걱정마시고 잘 내려 가시라’던 아들의 얼굴이 선하다”고 그리움을 표했다.

이어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하게 훈련시켜 수료식 날 보여드리겠다’던 대대장님의 말을 기억한다. 우리 아들의 안전은 0.00001도 지켜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무엇으로 책임지실 거냐”며 물었다.

그러면서 “아들 장례식에 오셔서 말씀하셨듯 ‘나는 그날(5월 23일, 아들이 쓰러진 날) 부대에 없었습니다’라고 핑계를 댈 거냐”고 지적했다.

박 훈련병 어머니는 아들이 ‘얼차려’를 받은 상황과 이후 군 조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군이 처음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에게 씌운 프레임은 ‘떠들다가 얼차려 받았다’이다. 떠든다는 표현이 평소 아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기 때문에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알고 보니 동료와 나눈 말은 ‘조교를 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네’ 같은 말이었다고 한다. 그러곤 들켜서 얼차려를 받았다. 자대배치를 염두에 두고 몇 마디 한 것뿐일텐데 그게 그렇게 죽을죄인가”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아들을 쓰러트린 중대장과 우리 아들 중 누가 규칙을 더 많이 어겼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아들이 다시 온다면 묻고 싶다. 팔다리가 굳어가고 근육이 녹아내리고 호흡이 가빠올 때 숨이 안 쉬어지고 아프다고 얘기하고, 더 일찍 쓰러지는 척이라도 하지 그랬니”라고 적었다.

박 훈련병이 명령에 따라 얼차려를 이행한 데 대해선 “괜히 잘못했다가는 자기 때문에 중대장이 화가 나 동료들까지 가중되는 벌을 받을까 무서웠을 것”이라며 “굳은 팔다리로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며 얕은 숨을 몰아쉬는 아들에게 중대장이 처음 한 명령은 ‘야 일어나. 너 때문에 뒤에 애들이 못 가고 있잖아’였다고 한다. 분위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고 비통해했다.

박 훈련병 어머니는 사고 당시 군 당국이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의문도 제기했다. 그는 박 훈련병이 쓰러진 당시 상황을 언급하면서 “(군에서) 제게 어느 병원으로 보낼지 결정을 하라 하더라. 제가 그 병원이 어디라고, 병원 수준도 모르는데, 왜 제게 어디 병원으로 옮길지를 묻느냐고 따졌다”면서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부모의 선택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그런 생각도 든다”고 했다.

박 훈련병 어머니는 “오늘 수료생 251명 중에 우리 아들만 없다. 대체 누가 책임질 건가. 국가의 부름에 입대하자마자 상관의 명령이라고 죽기로 복종하다 죽임당한 우리 햇병아리, 대한의 아들이 보고 싶다”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이날 서울 용산역 광장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박 훈련병을 추모하는 시민 분향소가 마련된다. 오후 6시쯤부터는 박 훈련병 가족들도 직접 시민을 맞이할 예정이다.

황민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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