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지속가능항공유(SAF) 만들어도 팔 곳이 없다


세계 항공업계에서 탄소 배출 감축의 수단으로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가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도 SAF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SAF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진지 반년도 안 돼 첫 수출 사례가 나오는 등 성과 역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SAF 공급 확대를 위한 제도와 인프라가 부족해 정유사들이 생산한 SAF를 판매할 곳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기존 정유 설비를 이용해 생산한 SAF를 일본에 수출했다. 국내 업체의 첫 SAF 수출 사례이자 HD현대오일뱅크의 첫 공급 실적이다.


SAF는 폐식용유 등의 바이오 기반 원료로 생산한 친환경 연료다. 탄소배출량을 기존 항공유 대비 80%까지 줄일 수 있고 기존 연료 시스템과 함께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2027년부터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가 의무화되는 등 탄소감축이라는 과제가 항공업계에 닥친 상황에서 각국은 SAF 사용 확대를 위한 제도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SAF를 2% 이상 혼합한 항공유 급유를 의무화했다. 의무 사용 비율은 2050년 70%까지 높아진다. 미국은 2050년까지 항공유 수요 전량을 SAF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SAF 생산, 수송, 혼합, 저장 관련 프로젝트에 2억9700만 달러(약 4100억원)를 보조금으로 투입하고 있다. 일본도 2030년까지 전체 항공유의 10%를 SAF로 대체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이 돼서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 개정되어 SAF를 생산·판매할 법적인 근거가 만들어졌다. 국내 정유사들은 법 개정 이후 생산 설비 확충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2026년 생산을 목표로 SK 울산콤플렉스(SK 울산CLX) 내에 SAF 설비를 짓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도 2026년까지 대산공장 내 일부 설비를 전환해 SAF를 생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공급 확대를 위한 지원책이 부족해 정유사들이 SAF를 생산하더라도 국내에 마땅한 소비처가 없다. 국내 항공사들은 일반 항공유보다 2~3배 비싼 SAF를 사용할 유인책이 부족하다며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SAF 1% 사용이 의무화된 프랑스 파리 노선에서 SAF를 사용하고 있지만, 파리에서 인천으로 올 때만 SAF를 넣고 있다. SAF 사용량 확대에 대비한 공항 내 전용 탱크 등의 인프라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김재훈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미국처럼 막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산업을 육성하지는 못하더라도 SAF 의무화를 통해서 생산량을 보장하고, 더 비싼 SAF 소비에 따른 손해도 보전하는 투트랙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