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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박멸까지”… 징그러운 러브버그, 사실은 익충

여름 맞아 수도권에 러브버그 출몰
혐오스러운 외형에 ‘짝짓기 비행’
질병 안 옮기고 생태계 돕는 ‘익충’

입력 : 2024-06-18 11:02/수정 : 2024-06-18 13:12
2023년 6월 21일 서울 남산에서 러브버그 한 쌍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시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서울 전역에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혐오스러운 외형과 짝을 지어 비행하는 특성 탓에 해충으로 오인받지만 사실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익충이다.

18일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인천 부평구에서 러브버그가 출몰했다는 목격담이 나온 이후 서울 등 수도권 전역에서 러브버그가 대거 나타나고 있다.

러브버그의 첫 출몰 시기는 지난해 여름과 비교하면 열흘 이상 빠르다. 지난해에는 6월 13일 경기도 부천에서 첫 목격담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러브버그의 빠른 출몰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며 러브버그의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봄은 1973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따뜻했다. 평균기온은 평년 대비 1.3도 높았고, 올해 첫 폭염주의보도 지난해보다 7일 빨랐다.

러브버그는 파리처럼 생긴 혐오스러운 외형을 갖고 있다. 여기에 암수가 짝을 지어 비행하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몸에 달라붙는 행동 때문에 흔히 해충으로 오해받고는 한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에는 “러브버그 방역을 해 달라”는 민원이 빗발쳤다. 서울시에만 5600여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온라인상에서도 “자꾸 사람한테 붙어서 털어도 안 떨어진다” “산책했다가 몸에 러브버그 엄청나게 붙이고 귀가했다” 등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다만 통념과 달리 러브버그는 해충이 아닌 익충이다. 이들은 질병을 매개하지 않으며 생태계를 교란하지도 않는다. 유충은 낙엽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성충은 꽃의 수분을 돕는다. 러브버그는 빠르면 3일(수컷), 길어도 7일(암컷) 이내에 사망한다.

러브버그는 도심에서 거의 만나보기 힘든 곤충이었지만, 2년 전 여름을 기점으로 급속도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2022년 서울 은평구를 시작으로 경기도 고양 등 수도권 서북부에서 기승을 부렸다. 러브버그가 갑자기 대규모로 나타나게 된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기온 상승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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