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이 들어왔는데, 문을 열어줘야 하나요?

[‘쫄지 마 압수수색’(13)]


압수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근거하여 진행된다. 수사기관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집행한다. 당사자는 기습적인 압수수색으로 당황하고 위축된다. 형사소송법은 당사자가 영장을 제시받는 단계부터 압수물을 돌려받는 단계까지 당사자의 권리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권리를 잘 알지 못한다. 이 글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압수수색을 피하는 방법에 관한 글이 아니다. 법에 규정된 당사자의 권리를 알려줘 수사기관과 당사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제대로 된 수사와 방어를 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이른 새벽, 한창 꿀잠을 자고 있는데 벨 소리가 울려 인터폰을 보니 압수수색을 나왔다고 합니다. 순간 마음속에 갈등이 생깁니다. “문을 열어주지 말까?”

수사기관의 초기 수사에서 압수수색만큼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압수수색을 통해 애매하던 사실관계가 선명해질 수도 있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문 앞에 와서 초인종을 눌렀다는 것은 이미 ‘링’ 위에 오르기 직전, 준비운동이 끝났다는 것이지요.


물론 집주인의 허락 없이 함부로 남의 집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허락 없이 들어가면 주거침입이 되지요. 주거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중요한 기본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같은 헌법 조항에 따라 영장이 있다면 집주인의 허락과는 상관없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누구인지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사관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문부터 열어 줄 수는 없지요. 압수수색을 하는 공무원은 자신의 소속과 성명을 밝혀야 하고, 영장을 제시하면서 왜 압수수색을 하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담당자의 소속과 성명을 확인하였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단 문을 열어 주시되, 우리가 보장받을 수 있는 정당한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면서 압수수색에 대응해야 합니다.

일단 문을 열어준 후 영장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나중에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볼 기회가 있겠지만 먼저 영장을 보면 어느 법원에서 영장을 내주었는지, 압수수색 대상자가 누구인지, 피의자(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을 받는 사람)가 누구인지, 그 죄명이 무엇인지, 어떠한 범죄 사실로 영장이 청구된 것이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영장을 보면 ‘오늘 압수수색을 통하여 수사기관이 얻어가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대략 드러나는 것이지요.


영장을 보면, 영장 내용 중 압수할 물건과 수색, 검증할 장소 등을 기억하면서 수사기관의 실제 압수수색에 대응하면 됩니다.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수사기관에 양해를 구해서 전화 연락을 해도 됩니다.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LKB & Patners 형사대응팀, 압수수색대응팀. 국회, 검찰청, 선거관리위원회, 정부 부처, 교육청, 기업 본사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연계 조기조정위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쫄지 마, 압수수색(2024. 6. 좋은땅 출판사)을 통해 압수수색 당사자와 수사기관이 알고 있어야 할 사항을, 실제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함.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