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로 따르던 70대 동거인 폭력에 살해… 20대 중형

법원, 아픈 유년시절·정신장애 등 감안했지만
“심신미약 상태 아녔다” 징역 15년 선고

입력 : 2024-06-13 15:35/수정 : 2024-06-13 16:35
국민일보 DB

한집에 살던 70대 남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20대 지적장애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아빠’라고 부르며 의지했던 사람이 성행위를 강요하고 폭행을 일삼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장기석)는 살인, 상해, 사체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도 부착하도록 했다.

지적장애인 A씨는 지난해 12월 10일 부산 영도구 한 아파트에서 같이 살던 70대 B씨를 여러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하고 흉기로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2022년 4월 부산의 정신병원에서 처음 만났다. A씨는 분노조절장애, B씨는 알코올의존증으로 각각 입원 중이었다. A씨는 B씨를 ‘아빠’라 부르며 따랐다고 한다. 그는 퇴원 후 함께 살자는 B씨의 제안을 수락해 지난해 1월 동거를 시작했다.

B씨는 초반부터 A씨에게 성행위를 강요하거나 술 심부름을 시켰다. 말을 듣지 않으면 폭행과 욕설을 했다. B씨는 청소년에 대한 유사강간 행위로 처벌받는 등 다수 성범죄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평소에도 자주 다퉈 수차례 112에 서로를 신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모아 사실상 경제공동체로 생활해야 하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화해와 다툼을 반복하며 동거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불만이 쌓인 A씨는 지난해 12월 B씨의 술 심부름을 했는데도 욕설을 듣자 달려들어 수차례 폭행했다. B씨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으나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 가슴, 얼굴 등에 흉기로 상처를 냈다.

A씨 측 변호인은 A씨가 심신장애 상태에서 범행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B씨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A씨의 몸에 상처를 내거나 경찰에 신고해 강제로 정신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했다”며 “사건 당일에도 B씨가 ‘집에서 나가라’고 말하자 또다시 버림받는다는 생각에 A씨가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릴 적 새아버지의 학대와 어머니의 방관 속에서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받아온 A씨는 노숙생활을 하면서도 명의도용 사기를 당하고, B씨와 함께 생활하면서도 부당한 일을 겪었다”며 “A씨가 겪어온 세상은 보호받을 곳 하나 없는 전쟁터와도 같은 곳이었으며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을 것”이라며 선처를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범행 직전 상황에 대해 상세히 기억해 진술하고 있고, 자신이 피해자에게 한 구체적 행위 등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인식하고 행동했다”며 “범행 당시 정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등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유년 시절 부모로부터 방치된 것으로 보이고, 청소년기에 심한 교통사고를 당한 후유증으로 중증 지적장애 및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A씨는 ‘상세 불명의 조현병’ 진단을 받은 전력이 있다.

재판부는 “이같은 정신질환이 범행에 영향을 미친 점과 살해를 계획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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