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첫 한인 女시장이 ‘악플’에 굴하지 않은 이유

최근 책 ‘악플과 왕따, 죽어가는 인생 살리기’ 펴낸
써니 박(한국명 박영선) 변호사의 신앙고백

입력 : 2024-06-06 15:50/수정 : 2024-06-06 21:23
써니 박 변호사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미국 내 한인 여성이자 정치가, 행정가 그리고 변호사로 살며 지켜온 신념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Carpetbagger(카펫 거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성 그것도 한인으로서 부에나파크 시장을 역임한 써니 박(한국명 박영선·54) 미국 변호사에게 반대편 지지자들이 붙인 ‘악플(악성 댓글)’이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지역구를 옮겨 다니는 정치 뜨내기를 비하하는 말이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단어가 적힌 팻말은 시 곳곳에 내걸렸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만난 박 변호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운전을 하며 곳곳에서 마주한 그 팻말은 마치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며 “지옥문이 열린 것 같았다”고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참다못해 무단으로 세워진 불법 팻말을 뽑는 그를 한 반대편 지지자가 영상으로 찍으며 오히려 “도둑이다”고 몰아세웠다. 말싸움 끝에 경찰에 연행됐다. 그가 팻말을 뽑는 영상은 방송을 타고 미국 전역에 퍼졌다. ‘시의원 후보가 도둑질했다’라는 오해는 기정사실이 됐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박 변호사는 성경 말씀을 묵상하며 기도에 매달렸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이 나라를 섬기도록 널 선택했으니, 사람 말에 흔들리지 말고 하나님만 바라보라’는 마음을 주셨다”며 “나중에야 타락하기 쉽고 교만하기 쉬운 저를 바로 세우기 위한 하나님만의 방법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도미한 박 변호사는 이전까지 승승장구했다. 1999년 캘리포니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후 오랫동안 유산상속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자신의 경력에 더해 한인사회의 지지만 받으면 선거가 쉬울 것이라 교만한 그를 하나님께서 제동을 건 것이다.
박 변호사가 미국에서 노숙인 사역을 하며 길거리에서 만난 이들과 함께 기도하는 모습. 파워북스 제공

사람이 아닌 하나님만 바라보기로 마음먹자, 하나님은 상황을 역전시키셨다. 첫 예상 개표 결과에서 55표 뒤졌지만, 점점 그 폭이 줄더니 결국 16표 차이로 2018년 부에나파크 시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하나님은 그를 2020년 부시장을 거쳐, 2021년 캘리포니아주 최초의 한인 여성 시장의 자리로 승진시켜주셨다. 그럴수록 박 변호사는 낮은 곳을 향했다. 노숙자 사역에 나섰고, 히스패닉 다음세대 등 지역 내 소외계층을 품으며 장학사업에도 나섰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봉사상 금메달도 수상했다.

그를 알아본 한 노숙자는 그에게 “그 어떤 시장도 우리를 챙겨준 이가 없었다”며 고마워했다. 또 그와 동역한 한 목사가 “다른 정치인처럼 후원자를 위한 ‘칵테일 파티’ 자리가 아닌 거리 위 당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과 같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며 해준 격려는 박 변호사가 나아갈 지침이 됐다.

박 변호사가 부에나파크 시장 재임 시절 현지 소방관들 그리고 경찰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위에서부터). 파워북스 제공

박 변호사는 이처럼 지난 삶에서 만난 하나님을 고백하며 최근 책 ‘악플과 왕따, 죽어가는 인생 살리기’(파워북스)를 냈다. 그는 “악플과 왕따를 당하면 위축돼 구석으로 몰리기 마련인데, 우리는 가변적인 진실이 아니라 하나님의 진리 앞에 자신을 세워야 한다”며 “변하지 않는 진리 앞에 설 때 우리는 두려움 없는 마음을 얻을 수 있고 악플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현재 미국의 감사한인교회(구봉주 목사)와 한국 서울 힐링교회(김현숙 목사)에서 권사로 섬기고 있다.
박 변호사가 최근 펴낸 책 ‘악플과 왕따, 죽어가는 인생 살리기’(파워북스) 표지.

부가 넘치는 이들부터 사회 가장 밑바닥 노숙자까지 두루 만난 박 변호사다. 그는 “단순히 물질과 육체의 필요만 충족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며 “물질이 아닌 신앙의 유산을 다음세대에 물려주는 일, 주님과의 친밀한 교제를 통해 내 삶의 귀함을 알고 하나님 뜻하신 목적을 발견해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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