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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쓰러진 연병장서 수료식… “애도 분위기 없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강원도 인제의 12사단(을지부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사망한 훈련병의 앞 기수가 수료식을 가진 가운데 참석한 부모들이 무거운 마음을 표했다.

육군 위문편지 앱 ‘더 캠프’에 글을 쓴 A씨는 “5월 29일 12사단 24-9기(4중대) 순직 사병 바로 앞 기수 아들(24-8기) 수료식에 다녀왔다”며 “부대 분위기는 전혀 애도의 분위기는 없고 연병장 정면 을지문덕 동상 앞에 아무런 안내 문구도 없이 테이블 하나였다”고 아쉬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는 “순직한 후배 기수 사병이 며칠 전에 쓰러진 그 연병장으로 수료식 훈련병들이 씩씩한 군가를 부르며 입장하는데 우리 참석 가족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라며 “순간 소름. 그 소름은 늠름해서기도 하지만 창피해서, 부끄러워서, 어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수료식 행사 내내 사단장, 대대장, 행사진행자 그 누구의 입에서도 순직 사병 애도의 ‘애’자도 없었다”며 “저는 수료식이 끝난 후 면회 외출 때 아들에게 다짐을 받았다. 절대 나서지 말고 아프고 힘들면 그냥 누워버리라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글은 31일 기준으로 삭제된 상태다.

앞서 B씨도 수료식을 하루 앞둔 지난 28일 ‘더 캠프’에 쓴 글을 통해 “5주 전 아무 걱정 말고 자기들 믿고 안심하시라고 말하던 그분들 얼굴을 보게 되고 바로 뒤 기수 친구의 죽음을 현장에서 접했던 아들을 보게 된다”며 “내 아들은 무사하니 기뻐해야 할까요? 겁에 질려있을 아들에게 뭐라고 말해줘야 할까요”라고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그냥 미안하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남은 군 생활 너무 열심히 하려 하지 말라고 말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황망하게 떠난 어린 아들의 넋에 그곳에선 편히 쉬라고 미안하다고 말하련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 23일 이 부대의 한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 쓰러졌다.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이틀 뒤 사망했다. 사망한 훈련병은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보(달리기)와 선착순 달리기를 해야 했고, 쓰러지기 전에 완전군장 팔굽혀펴기도 지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은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해 민·군 합동조사를 마치고 해당 사건을 강원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현장 조사에 나섰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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