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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총리 ‘징병제 부활’ 공약에 비난 폭주, “제정신 아냐”

수낵 총리 총선 공약에 여야 모두 반발
“기회주의적 발상” “예산 고갈” 비판

지난 24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캐녹 대학에서 열린 총선 유세 행사에 참석해 한 학생과 대화하며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리시 수낵 총리가 오는 7월 조기 총선을 앞두고 60년만의 ‘의무복무제 부활’ 공약을 발표했다 되레 역풍에 휘말렸다.

수낵 총리는 25일(현지시간) 오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오는 총선에서 승리할 시 18세를 대상으로 12개월간 정규군 복무를 하거나 한 달에 한 번 주말마다 소방서, 응급센터 등 지역시설에 봉사하는 방식의 의무복무제를 재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이 제도가 우리 젊은이들 사이의 공유된 목적의식과 조국에 대한 새로운 자부심을 고취할 것”이라고 의무복무제 도입 공약의 취지를 설명했다.

보수당은 2025년 9월부터 의무복무제를 시범 도입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공약 실현에는 약 25억 파운드(약 4조36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수낵 총리가 다소 갑작스럽게 병역 개혁을 제안한 데에는 보수당이 지지율 20%대로 역대 최악의 부진에 빠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그러나 현지 반응은 싸늘하다. BBC 등 현지매체는 리시 수낵의 섣부른 공약 발표가 오히려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당은 “이는 수십억 파운드가 소요될 수 있는 정책”이라며 “아이디어가 바닥 난 정당의 진지하지도 않고, 예산 뒷받침도 없는 공약”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또한 보수당 집권 기간 군 규모가 3만명 가까이 감축된 사실을 언급하며 “보수당이 나폴레옹 시기 이래로 군대 규모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징병제 등의 대책이) 필요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해군 참모총장을 지낸 앨런 웨스트 제독은 의무복무제 부활에 대해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bonkers) 계획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국방예산이 고갈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군 참모총장을 지낸 리처드 다낫도 의무복무제 시행에 필요한 예산이 상당할 것이라며 의무복무제 부활은 선거를 의식한 “기회주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존 메이저 총리 시절 고용장관, 국방장관 등 요직을 역임한 마이클 포틸로는 “국가 지출을 증가시키고 보수당을 더욱 곤경에 빠트릴 수 있는 공약”이라면서 “이런 공약이 합리적인 논의를 거쳐 나온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낵 총리의 공약이 나오기 불과 이틀 전 앤드루 머리슨 국방부 부장관은 의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어떤 형태로든 의무복무제 도입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사상 첫 유색인종 총리로 취임한 수낵 총리는 보수당의 지지율 부진에도 자신이 안보와 경제를 지킬 최적임자라고 내세우며 오는 7월 4일 조기 총선을 결정했다. 그러나 현재 보수당은 제1야당인 노동당에 지지율이 20%포인트 이상 밀리고 있어 14년만의 정권 교체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천양우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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