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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상의 세상만사] 공인(公人)이란


요즘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는 가수 김호중씨의 변호인은 경찰조사 후 이런 말을 남겼다. “김호중 씨가 유명 가수이고 ‘사회적 공인’인 관계로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는 게 마땅하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점을 널리 양해 부탁드린다”고.

한편, 지난 3월,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오른 안산 선수는 일본풍 주점을 ‘매국노’라고 칭한 데 대해 “‘공인’으로서 본분을 잊은 채 무심코 올린 게시물이 큰 실망과 피해를 드리게 될 줄 몰랐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를 대표하는 운동선수이자 ‘공인’으로서의 무게감을 다시 한번 절감했고, 한 명의 사람으로서 더 성숙해야 함을 가슴 깊이 깨달았다.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양궁인이자, 체육인 그리고 ‘공인’으로서 더욱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한 명은 가수이고, 또 한 명은 운동선수인데, 모두 공인을 자처하며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 등에서 일반인과 여러모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도대체 공인이 무엇이기에 이들이 공개적으로 사과까지 하게 만든 것일까. 그리고 이들은 공인인가.

사전적 의미의 공인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공적인 일이란 ‘국가나 사회에 관계된 일’을 의미하는데, 어디까지를 ‘공적인 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공인인지 아닌지가 결정될 것이다.

미국 ‘명예훼손법’은 공인을 공직자(public officials), 전면적 공인(total or all-purpose public figures), 제한적 공인(limited public figures)으로 나누고, 이들의 공적 영역의 범위, 즉 책임 및 비판의 범위를 달리하고 있다. 즉, 사적 영역에 대한 비판은 명예훼손이 될 수 있으나 공적 영역에 대한 비판은 명예훼손에서 제외되는데, 공적 영역의 범위가 공인의 종류에 따라 다른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직자는 당연히 책임 및 비판의 대상이다. 다만, 그 지위의 높고 낮음에 따라 공적 영역의 범위가 차이가 나고, 이에 따라 책임 및 비판의 범위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경우는 공적 영역이 거의 전부이므로 책임 및 비판도 전 영역에 걸쳐 있으나, 하급 공직자는 공적 영역보다 책임 및 비판에서 자유로운 사적 영역이 훨씬 큰 것이다.

전면적 공인은 사실상 유명인을 말한다. 대중매체에 의해 널리 알려져서 인지도와 유명세가 있는 인물로 유명 연예인, 작가, 지식인, 운동선수, 기업인 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요즘 소위 ‘셀럽’으로 지칭되는 사람들이다. 이들도 유명세로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기 때문에, 그에 맞춰 책임 및 비판의 범위도 넓다. 제한적 공인은 중요한 공적인 일에 참여한 사람을 말하는데, 이들은 그 공적인 일에 관련된 범위에서만 책임 및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유명 가수인 김호중씨나 유명 운동선수인 안산씨는 전면적 공인에 해당한다. 스스로 공인을 자처하고 있기도 하다. 그들은 유명세만큼이나 일반인과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 따라서 김호중씨의 고의 일탈은 물론 안산 씨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탈에 대하여도 일반인에 비해 강한 책임 및 비판이 따라야 할 것이다. 무거운 책임과 비판을 새기지 못한 공인은 더 이상 공인이 아니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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