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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집권 만델라의 당, 경제 실정에 과반 의석 잃을 듯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소웨토에 열린 아프리카국민회의(ANC)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1918~2013)를 배출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오는 29일 총선에서 30년 만에 의회 과반 의석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ANC는 장기 집권하는 동안 각종 부정부패로 국가 경제를 위기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남아공 총선은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가 종식된 이후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선거로, ANC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 의석을 잃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아공 민주화의 아버지’ 만델라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ANC는 1994년 이후 줄곧 과반 득표로 집권해왔지만, 사상 최악의 실업률과 빈부 격차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국가 경제는 10년 동안 거의 0에 가까운 성장으로 정체돼 있고, 실업률은 1994년 이후 연평균 0.5% 포인트씩 올라 현재 33%를 넘어섰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5년 전보다 낮아졌다. 최근 범죄 통계에 따르면 살인 사건이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늘어나는 등 치안도 악화일로다.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까지 취약해 많은 지역에 깨끗한 물이 공급되지 않고 있으며 단전도 잦다.

이런 위기는 집권 ANC에서 수십 년간 이어진 부정부패의 결과다. 특히 2009년 취임한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범죄를 일삼으며 극에 달했다. 주마의 뒤를 이어 취임한 시릴 라마포사 현 대통령은 부정부패 척결을 약속했지만 그 역시 수뢰 의혹 등으로 탄핵 위기에 처했다가 겨우 살아났다. 올해 남아공은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에서 가장 낮은 41점을 받았다.

주마 전 대통령이 창당한 ‘움콘토 위시즈웨(MK)’당이 이번 총선에서 ANC의 표를 분산시킬 수도 있다. MK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제2야당인 급진 좌파 경제자유전사(EFF)를 앞지르며 ANC와 제1야당 민주동맹(DA)에 이어 3위로 치고 올라왔다.

일각에선 ANC의 이번 총선 득표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DA의 득표율이 20%대로 예상됨에 따라 ANC가 다수당 자리는 지킬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의석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ANC는 집권 유지를 위해 연합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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