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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제3당 지지 호소하러 갔다가 설전…“지고 싶으면 야유하라”

입력 : 2024-05-26 11:53/수정 : 2024-05-26 12:12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자유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3 정당인 미국 자유당 전당대회 연설에 나섰다가 청중들과 설전을 벌였다. 지지층을 잠식하고 있는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를 견제하려는 목적이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신 정책 등을 비판해온 자유당 지지자들은 거친 야유를 퍼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4년마다 지고 싶다면 계속 그렇게 하라”고 맞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자유당 전당대회에서 “나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전직) 대통령으로 이 자리에서 연설하게 된 걸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에서 좌파 파시즘이 부상하고 있고, 백악관에서 부패하고 무능한 폭군을 물리쳐야 한다는 점을 말하러 왔다”고 밝혔다.

자유당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선 주자가 연설한 건 창당 이래 처음이다. 자유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도 초청했지만 응답받지 못했다고 한다. 케네디 주니어는 전날 연설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연설은 자신의 정책이 개인의 자유를 최대 가치로 삼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자유당 정강과 유사함을 강조하며 지지를 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바이든) 정부로부터 91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전에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자유주의자”라며 “나는 조 바이든처럼 의견이 다르다고 사람들을 감옥에 가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총기 소유 권리의 자유, 과세에 대한 자유 등 기본적인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믿는다”며 “나는 정부의 폭정과 그 모든 행태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권리와 자유가 지금보다 더 위험한 때는 없었다”며 “비뚤어진 조 바이든을 물리치기 위해 여러분의 협력을 요청하려고 우정의 손을 내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자유당 지지자들은 세금 인상이나 광범위한 규제에 대해 비판적이어서 우파 색채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약 합법화, 사형제 폐지 등도 주장하며 일부 사안에선 진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자유당 유권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판해 온 딥스테이트(deep state·국가를 좌우하는 비밀집단) 주장에 공감하지만, 관세 정책이나 이민자 단속 등에 대해선 충돌한다”고 설명했다. 자유당은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코로나19 팬데믹 봉쇄 정책과 마스크 착용 명령에 대해 강력히 비판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때 코로나19 백신을 “현대 의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적 중 하나”라고 환영했지만, 최근에는 자신이 재선에 성공하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공립학교와 대학교에 대해 지원금을 한 푼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유당 전당대회에는 마가(MAGA·트럼프 지지층) 공화당원도 대거 참석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그러나 상당수 자유당 당원들은 트럼프 발언이 끝날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야유가 계속되자 “어쩌면 여러분은 이기고 싶지 않은 것 같다. 4년마다 (득표율) 3%로 지고 싶다면 계속 그렇게 하라”라고 말했다. 다만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을 없애려면 나에게 투표하라”며 “(재선에 성공하면) 내각에 자유주의자를 임명할 것”이라고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2016년 자유당 게리 존슨 후보는 3%가량의 득표율을 얻었다. 그는 질 스타인 당시 녹색당 후보와 함께 민주당 지지층을 일부 흡수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케네디 주니어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반트럼프 보수 유권자 표심 단속 목적도 담겨 있다. 케네디 주니어는 전날 연설에서 “트럼프는 처음에는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매우 꺼렸지만, 관료들에 의해 굴복당했다”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개인 자유 제한을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는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박해와 기소를 이어가며 수정헌법 1조를 공격했다. (미 국가안보국 내부고발자인) 에드워드 스노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나는 취임 첫날 스노든을 사면하고 어산지에 대한 모든 혐의를 취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네디 주니어가 이런 발언을 할 때 청중들은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

케네디 주니어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양측 지지표를 상당수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케네디 주니어는 14% 지지를 얻었고, 이때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41%, 38%로 나타났다. 반면 에머슨대 여론조사에선 케네디 주니어 지지율은 5.9%에 그쳤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38.7%, 43.8%로 나타났다. 케네디 주니어 지지율이 높아지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 잠식이 더 커진 셈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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