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유명인인데 구속?…法판단 가른 건 “증거인멸”

회사 차원의 조직적 증거 인멸
거듭된 진술 번복…폰 비밀번호는 함구
차량 메모리카드 아직도 확보 못해

입력 : 2024-05-25 07:59/수정 : 2024-05-25 08:01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뒤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33)씨가 전격 구속된 가운데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데에는 ‘증거 인멸 정황’이 명확했던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 사고 은폐 시도와 김씨가 번번이 거짓 진술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고 봐 구속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초 김씨가 유명인으로 도주 우려가 크지 않고 사고 자체만으로는 중형 가능성이 크지 않아 영장이 기각되리라는 일부 전망도 있었으나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구속 핵심 사유의 하나인 증거 인멸 정황이 뚜렷해 영장이 발부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김씨의 경우 단순 음주에 그치지 않고 뺑소니에 이어 회사 차원의 조직적 증거 인멸과 말맞추기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음주를 덮는 과정에서 여러 범죄 혐의가 추가됐다. 막내 매니저 등 참고인에 대해 이미 회사 차원의 압박이 가해진 사실이 나타났다.

음주 여부에 대한 김씨 측 입장은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술잔에 입만 댔다’→‘소폭 1∼2잔, 소주 3∼4잔만 마셨다’로 줄곧 바뀌었다. 김씨는 휴대전화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하다 아이폰 3대가 압수되자 “사생활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비밀번호도 경찰에 알려주지 않았다. 또 경찰은 두 차례 압수수색에서도 김씨가 사고 당일 탔던 차량 3대의 블랙박스를 찾지 못했다.

'음주 운전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김씨 측이 구속을 면하기 힘들다고 보고 향후 재판에서 무죄를 받는 쪽에 주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속되더라도 재판에서 최대한 형량을 낮추자’는 전략도 가능하다.

영장 단계에선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혐의 ‘소명’이 이뤄지면 되지만 형사재판에선 범죄사실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 현재 핵심 증거인 블랙박스가 사라졌고 휴대전화 비밀번호도 제공하지 않아 범행 당시 상황을 재현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여서 향후 재판에서 범죄를 엄격하게 증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김씨 변호인인 조남관 변호사는 검찰 재직 당시 휴대전화·컴퓨터 포렌식 등 과학수사를 총지휘한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을 지낸 바 있다. 경찰은 김씨의 자백과 주변인 진술, 기타 물증을 통해 혐의를 구성하고 입증해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김씨가 구속되면서 일단 경찰 수사는 탄력을 받게 됐다. 경찰은 음주운전 혐의뿐 아니라 사고 은폐 과정에서 김씨의 관여 정도를 중점적으로 살필 전망이다. 김씨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므로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해 음주운전 혐의도 추가 적용할 계획이다.

영장 심사 마친 가수 김호중과 소속사 관계자들. 왼쪽부터 김씨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음주 뺑소니 혐의의 가수 김호중, 김씨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혐의를 받는 본부장 전모씨.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낮 12시30분부터 약 50분간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오후 8시24분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41) 대표와 본부장 전모씨도 같은 사유로 구속됐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쯤 술을 마신 채 차를 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를 적용해 지난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대표는 사고 뒤 김씨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한 혐의(범인도피교사), 본부장 전씨는 김씨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혐의(증거인멸 등)로 각각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사고 3시간여 뒤 김씨 매니저가 ‘내가 사고를 냈다’며 허위 자백을 하고 김씨는 사고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해 김씨와 소속사가 운전자 바꿔치기 등 조직적으로 사고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커졌다. 특히 CCTV 영상과 술자리 동석자 발언 등 잇단 음주 정황에도 김씨는 음주를 부인하다 사고 열흘 만인 지난 19일 밤 돌연 입장을 바꿔 혐의를 시인했다.

김씨는 사고 직후 직접 소속사의 다른 매니저급 직원 A씨(22)에게 수차례 전화해 자기 대신 허위로 자수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신 부장판사는 이날 영장심사에서 “똑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은 처벌받으면 안 되고, 막내 매니저는 괜찮은 것이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김씨는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가운데서도 예정된 공연을 강행해 비난 여론을 키웠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바로 다음 날인 23일에도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슈퍼 클래식’ 공연에 출연했다. 둘째날인 24일 공연 출연은 김씨의 영장심사 연기 요청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무산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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