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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엔 자동차가 수색대상이 아닌데, 자동차 뒤질 수 있나요?

[허윤 변호사의 ‘쫄지 마 압수수색’(10)]


압수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근거해 진행된다. 수사기관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집행한다. 당사자는 기습적인 압수수색으로 당황하고 위축된다. 형사소송법은 당사자가 영장을 제시받는 단계부터 압수물을 돌려받는 단계까지 당사자의 권리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권리를 잘 알지 못한다. 이 글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압수수색을 피하는 방법에 관한 글이 아니다. 법에 규정된 당사자의 권리를 알려줘 수사기관과 당사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제대로 된 수사와 방어를 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압수수색은 ‘강제’ 처분입니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아도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발부받은 영장을 가지고 ‘강제로’ 뒤져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이지요. ‘강제로’ 가져가다 보니 개인의 권리가 침해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판사들은 영장을 발부하며 많은 고민을 합니다. 검사가 청구한 내용 그대로 그냥 도장을 ‘쾅쾅’ 찍어 주지 않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영장전담판사들은 검사가 청구한 영장을 하나하나 뜯어 본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범죄사실이 이 정도 소명되었으니 여기까지는 압수수색을 해도 되겠군”, “여기 적혀 있는 압수물은 범죄사실과 관련성이 좀 떨어지니 좍 그어야겠군”. 그래서 검사들이 압수수색 현장에 들고 온 영장에는 삭선(중간 줄)이 그어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검사의 요청과 다르게 영장전담판사가 압수수색을 허가하지 않은 부분이지요.

이렇게 살 떨리는 과정을 거쳐 발부된 영장은 딱 그 자체로 집행을 해야 합니다. 더 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그런데, 영장에 ‘자동차’라는 단어가 없는데 수사기관이 자동차를 수색하고 있다? 이는 자칫 위법한 압수수색이 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흔히 압수수색은 ‘별것이 아니고 그냥 수사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건이 중요할수록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에 쏟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수사기관이 쓰는 보고서는 수십 장, 수백 장을 넘어가기도 합니다. 몇 번씩 수정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이렇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후에도 압수수색 성공을 위해 사전에 현장을 몇 번씩 나가 보기도 하고, 압수 대상자의 동선을 체크하여 최적의 시간대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압수물인 경우 며칠에 걸쳐 집행방법을 고민합니다. 심지어 돌발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를 구상하여 예행연습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단 1개의 증거가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실마리가 되어 유죄 판단을 받은 예는 수없이 많습니다.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지요.

반대로 압수수색의 대상이 될 경우 수사기관이 쏟아부은 노력만큼 신중하고 꼼꼼하게 절차 등을 따져야 합니다.

다시 ‘자동차’ 문제로 돌아오면, 영장을 집행하려고 하는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집의 차고나 주차장에 주차된 자동차 역시 영장에 없더라도 당연히 압수수색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압수수색을 당하는 사람이 관리하고 있는 자동차이니 유연하게 해석하면 거주지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실제 실무에서는 이렇게 해석하여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수사를 받는 사람의 이익을 고려하여 영장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영장의 수색 대상에 없는 ‘자동차’를 임의로 뒤지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물론 범죄가 발생한 장소가 ‘자동차’ 안이라면 좀 다르게 봐야합니다). 이런 내용이 영장에 없을 경우 현장에서 압수수색 영장의 문구와 전후 맥락을 면밀히 분석하여,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LKB & Patners 형사대응팀, 디지털포렌식팀 소속. 국회, 검찰청, 선거관리위원회, 정부 부처, 교육청, 기업 본사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연계 조기조정위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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