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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돈이 없다’ 올 1분기 실질소득 7년 만에 최대폭 감소

1분기 가구당 실질소득 1.6% 줄어
대기업 상여금 줄어 근로소득 감소
고소득층 소득 줄며 분배상황 개선


올해 1분기 가구당 ‘실질소득’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벌이 자체는 소폭 늘었지만 물가 상승분을 고려한 실제 소득이 뒷걸음질을 친 탓이다. 기업 실적 악화로 근로소득이 감소한 점 영향도 적지 않다. 지속되는 고금리는 이자지출액을 늘리며 지출 부담까지 얹고 있다. 벌이는 줄고 나갈 돈은 많다 보니 씀씀이를 동결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은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어난 512만2000원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3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임대소득과 농산물 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사업소득(87만5000원)이 전년 동기보다 8.9% 늘었다. 국민·기초연금 수급액이 늘면서 이전소득(81만8000원) 역시 지난해 1분기보다 5.8% 증가했다.

다만 1분기 물가상승률(3.0%)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되레 1.6%가 줄었다. 실질소득 감소 폭은 2017년 1분기(-2.5%) 이후 가장 크다.

가구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줄면서 실질소득에 타격을 입혔다.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1.1% 감소한 329만1000원을 기록했다. 2021년 1분기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대기업 실적이 악화하면서 상여금이 대폭 줄어든 영향이 컸다. 물가까지 오른 탓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근로소득은 3.9%나 줄었다. 200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소득이 줄었지만 고물가 상황 탓에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점이 가계를 더욱 압박한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8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3.0% 늘었다. 과일 및 과일가공품, 식사비가 각각 18.7%, 6.0% 뛰며 가계부담을 가중시켰다. 고금리 여파 역시 영향이 크다. 세금, 이자비용 등으로 빠져나가는 ‘비소비지출’은 107만6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2% 늘었다.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오른 13만8000원으로 규모로만 보면 역대 최고치다.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있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 증가 폭은 11.2%로 전체 소득분위에서 가장 높다. 하지만 월평균 소비지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0.6%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1분위는 전체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소비성향’도 16.3% 포인트 줄었다. 소득에서 씀씀이를 뺀 살림살이가 적자를 본 것은 1분위가 유일하다.

다만 고소득층의 소득이 줄면서 소득분배 상황은 개선됐다. 5분위(소득 상위 20%)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값은 5.98로, 지난해 1분기(6.45)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1분위 소득이 늘어난 반면 5분위 소득은 감소한 영향이 반영됐다. 실제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든 건 고소득자가 주로 포진한 5분위가 유일하다. 이 역시 주요 대기업의 상여금이 감소한 영향이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분배가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공식적인 소득분배 개선 여부는 가계금융복지조사 연간지표를 봐야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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