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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밝고 끔찍한 영화… 홀로코스트 다룬 ‘존 오브 인터레스트’

다음 달 5일 개봉
칸 영화제 4관왕, 아카데미 2관왕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스틸사진. 찬란 제공

때로는 눈앞의 실체보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더 큰 두려움을 불러온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비극의 현장을 관객의 시각으로부터 철저히 통제함으로써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하고 공포스런 감정을 극대화한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등 4관왕,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관왕을 차지하는 등 여러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영화계의 극찬을 받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영국의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이 10년에 걸쳐 만든 이 영화는 ‘쉰들러 리스트’(1994) 이후 최초로 아우슈비츠의 허가를 받아 촬영을 진행했다. 영화의 제목인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반경 40㎢ 지역을 일컫는다. 나치 친위대가 ‘최종 해결책’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은어다. 나치는 해당 지역의 농지를 몰수하고 노동력을 강제 착취하는 등의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홀로코스트를 다룬 작품들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보여주던 것과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수용소 안이 아닌 밖을 배경으로 실존 인물인 수용소 총지휘관 루돌프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과 헤트비히(산드라 휠러) 부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수용소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회스 부부는 크고 아름다운 저택에서 다섯 명의 아이들과 함께 산다.



회스 부부는 집과 아이들을 정성스레 돌보고 전출과 이사 문제로 갈등하는 평범한 부부로 그려진다. 담장 너머에서 들려오는 총소리, 밤낮없이 타오르는 화장터 불길과 연기를 개의치 않고 이들은 일상을 이어간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부자와 빈자의 세계를 지상과 지하로 나눴다면 이 영화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세계를 담장 이쪽과 저쪽으로 나눴다.

“집에 유대인이 있느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헤트비히가 “유대인은 벽 반대편에 있다. 그래서 가리려고 포도를 더 많이 심었다”고 대답하는 대목에선 죄의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아이들을 끔찍이 생각하는 자상한 아버지 루돌프가 일터에선 독재자에게 충성하는 아우슈비츠 소장으로서 단시간에 더 많은 유대인을 학살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모습은 끔찍하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집과 불안정하고 불균형적인 배경음악의 조합은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증폭시킨다.



헤트비히를 연기한 독일 배우 산드라 휠러는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추락의 해부’에서 주인공 산드라 역을 맡아 국내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번 영화에선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문득 배어나는 캐릭터의 잔혹함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절대 나치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는 휠러의 마음을 돌린 것 역시 학살의 현장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 이 영화의 독특한 연출법이다. 휠러는 “헤트비히는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다.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지만, 활짝 핀 꽃이나 얼굴에 내리쬐는 햇볕 등 아름다움을 실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미드소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사람들’ 등을 선보이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제작사로 자리 잡은 A24의 작품이다. 그간 20여 편의 외화를 국내에 소개해 온 배우 소지섭이 투자에 참여했다. 러닝타임 105분, 12세 이상 관람가.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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