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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일원으로 깊은 사과”…간첩 옥살이 재일동포, 재심서 무죄

박정희 시절 6년 옥살이, 50년 만에 무죄 선고

뉴시스

박정희 정부 당시 간첩 누명을 쓰고 불법 구금돼 6년간 옥살이를 한 재일동포가 재심을 통해 5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23일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1·2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던 고(故) 최창일 씨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수사기관 진술과 법정진술 모두 불법구금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보고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최씨가 북한의 지령을 받기 위해 탈출했다는 점에 대해선 증거가 부족하다”며 “국가 기밀 누설에 대해서는 그 대상이 된 정보가 국가기밀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간첩으로 기소돼 형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할 사법부가 그 임무를 소홀히 했다”며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 대한민국 사법부의 일원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2세인 최씨는 1973년 10월쯤부터 직장인 함태탄광 서울 본사 근무 등을 이유로 국내를 왕래하며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육군보안사령부에 간첩으로 지목돼 연행됐다.

보안사는 한국어가 미숙해 자기 방어력이 부족한 최씨를 영장 없이 69일 동안 불법으로 가두면서 가혹행위 등 강압수사를 진행했다.

가혹행위 끝에 최씨는 ‘북한에서 지령을 받았다’ 등의 진술을 했고, 1974년 법원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그는 6년간 형을 살고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됐다. 이후 1998년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최씨 사망 후 사건을 알게 된 그의 딸 최지자씨는 2020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지난해 재심을 결정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 14일 권의주의 정권 시절 간첩 혐의로 피해를 입은 재일동포들에 대해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보고 국가에 피해 회복을 권고한 사건에도 최씨 사건이 포함돼있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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