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 노래’ ‘농무’ 쓴 신경림 시인 별세

대한민국 문인장 예정

입력 : 2024-05-22 13:17/수정 : 2024-05-22 13:29
암투병 중이던 문단의 원로 신경림 시인이 22일 오전 8시 17분께 별세했다. 연합뉴스

‘가난한 사랑 노래’ ‘농무’ 등의 시를 쓴 문단 원로 신경림(본명 신응식) 시인이 별세했다. 향년 88세.

암으로 투병해오던 고인은 이날 오전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숨을 거뒀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다. 주요 문인단체는 대한민국 문인장으로 그의 장례를 치를 계획이다.

1936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충주고와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56년 ‘문학예술’지에 ‘갈대’ ‘묘비’ 등 작품이 추천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73년에는 농민들의 한과 고뇌를 담은 첫 시집 ‘농무’를 펴냈다.

이후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 ‘새재’(1979) ‘남한강’(1987) ‘갈대’(1996) ‘낙타’(2008) 등 시집을 써냈다.

그는 민초들의 슬픔과 한, 굴곡진 삶의 풍경과 애환을 노래한 ‘민중적 서정시인’으로 꼽힌다.

고인은 생전 만해문학상, 단재문학상, 대산문학상, 시카다상, 만해대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동국대 석좌교수를 지냈다.

아래는 그의 대표작인 ‘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서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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