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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분의 아이들세상] 게임에 빠진 청소년



13살 남자 중학생 M은 초등학교 때까지는 부모에게 순종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착실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밤마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 숙제도 하지 못하고, 밤늦게 잠자리에 든다. 그러니 다음 날에는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는 일이 너무 힘들다. 조금씩 지각을 하더니 아예 학교에 가지 않는 날도 많아진다. 숙제하라고, 컴퓨터를 끄고 잠을 자라고 아무리 야단을 쳐도 이제는 소용이 없다. 중학생이 되더니 점점 심해졌다.

바람직한 행동을 하는 데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하지만 동기는 그것의 초점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동기의 수준이 달라진다. 동기의 수준이 낮을 때 문제가 생긴다. 어려서는 부모에게 순종하면서 지시를 따르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동기의 수준이 가장 낮은 단계는 무동기이다. ‘공부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와 같이 자기 결정성이 전혀 없는 수준으로 행동하려는 의지가 없는 상태이다. 다음 단계인 외적 조절 동기 즉 ‘부모님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한다’와 같이 자기 결정성이 부족한 상태로 보상을 얻기 위해, 처벌을 피하고자 어떤 행동을 하는 상태이다. 다음은 내사된 조절 동기로 ‘학생으로서 공부를 해야 한다’와 같이 의무감, 죄책감, 구속감으로 외적 요구를 받아들이지만, 진정으로 수용하지는 못하는 단계이다.

그다음은 확인된 조절 동기 단계이다. ‘공부는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공부한다’와 같이 어떤 행동에 대한 외적 요구에 대한 장점과 중요성을 내적으로 받아들여 가치가 내재화하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하지만 공부 자체에 대한 흥미가 유발되지는 않은 단계다. 마지막으로 통합된 조절 동기 단계란 ’내 꿈을 이루는데 공부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공부한다‘와 같이 자신의 가치나 정체성과 행동이 조화를 이루며, 행동하는 이유를 완전히 수용하는 상태다. 아주 이상적인 상태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처음부터 이런 식의 동기 부여가 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어떻게 동기를 높여 줄 수 있을까?

‘컴퓨터 게임’과 같은 활동에는 동기부여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 왜 그럴까? 컴퓨터 게임은 흥분과 쾌감이라는 즉각적인 결과가 주어져 행동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떤 활동의 결과를 즉시 접촉할 수 있다면 동기부여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에게 의미 있는 대부분의 활동은 이런 즉각적인 보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공부보다는 컴퓨터 게임에, 운동보다는 아이스크림의 단맛에 빠져버리고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운명인 거다. 그래서 관건은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활동보다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활동을 하도록 동기부여가 필요한 거다. 이는 매우 상징적인 활동을 자극해야 하기 때문에 인간만이 갖는 상상력과 사고를 요구하는 난도가 높은 활동이다.

예를 들어 늦잠을 자고 지각을 자주 하는 M의 경우 아침에 일어날 때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피곤함, 무기력, 늘어짐을 느낀다. 하지만 일찍 일어났을 때와 일어나지 않았을 때의 장기적인 결과와 접촉할 수 있게 도와줘서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거다. 늦게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느끼는 피곤함, 무기력감, 늘어짐은 동기를 약화하는 방해물이다. 사고와 추론을 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시계를 볼 때 ‘내가 일어나지 않으면 지각하고 허둥대고, 교실에 가서 진땀이 나겠지’ 또는 ‘일어나서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 상쾌한 기분이 들지’라는 식의 상상을 하게 함으로써 일찍 일어나고자 하는 동기가 유발될 수 있다.

즉각적인 만족과 접촉하기는 쉬운 일이지만, 이처럼 장기적인 결과와 접촉하는 것은 현명한 지혜가 필요한 일이고, 누군가 설교를 늘어놓거나 교육을 하는 것보다는 자신 스스로 결과를 감각적으로 인지적으로 예측하면서 일어난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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