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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서고파” 다짐 이룬 열아홉 필승조… 김택연은 더 높이 본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투수 김택연이 지난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7회초 무사 1루에서 세 타자를 잡아낸 뒤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아직 부족하고 배울 점도 많지만, 하루빨리 성장해서 잠실구장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해 9월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은 인천고 김택연의 소감은 담담했다.

1군 연착륙이라는 첫 목표를 초과 달성하기까진 1년도 채 안 걸렸다. 김택연은 지난 1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세 타자를 완벽하게 돌려세우며 올 시즌 1군에서 20번째 등판을 채웠다. 평균자책점은 2.11까지 끌어내렸다. 21일 경기에 앞서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그는 “정규시즌도 이렇게 열기가 뜨거운데 한국시리즈는 어떨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지난겨울 김택연은 KBO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인이었다. 개막 직전 열린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가 정점이었다. 대표팀의 일원으로 마운드에 올라 두 타자를 완벽하게 처리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도 가장 인상적인 투수로 그를 꼽았다. 김택연은 “잃을 게 없단 마음으로 임했다”며 “호텔에 돌아와서야 실감이 났다”고 돌이켰다.

2005년생 투수에게 정규시즌 전부터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자신감과 동시에 부담감을 심어줬다. NC 다이노스와의 데뷔전에서 1이닝 2실점으로 쓴맛을 봤고 이후 두 차례 등판에서도 제구 불안을 노출했다. 의욕이 앞선 결과였다. 김택연은 “완벽하게 막아야겠다는 마음이 강했다”며 “볼넷 주는 걸 가장 싫어하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피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음을 다잡은 건 세 경기 만에 내려간 퓨처스리그(2군)에서였다. ‘빠른 공이 좋은데 승부를 왜 어렵게 하느냐’는 말에 기운을 차렸다. 콜업 후 4월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93으로 반등했다.

이달 들어선 페이스를 더 끌어 올렸다. 박정배 코치의 도움으로 장착한 체인지업을 손에 익히자 속구 위력도 배가됐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김택연의 포심 패스트볼 구사 비율은 올 시즌 76%를 넘는다. 구종 가치는 리그 전체에서 6위다.

어느새 김택연을 빼고 두산 불펜을 논하긴 어려워졌다. 그 자신은 손사래를 쳤지만, 최지강·홍건희와 더불어 팀의 필승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김택연은 “슬라이더가 밋밋한 감이 있었는데 최근 전력분석원 형들 덕에 바꿔 효과를 봤다”며 “불펜 포수 형들, (홍)건희·(최)지강 선배도 많이 도와준다”고 공을 돌렸다.

괴물 신인의 진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 최대 무기인 속구 구위를 얻은 것도 고교 시절부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운드 위에선 승부욕이 넘치지만 지난 실패에 젖어 있는 편은 아니다. ‘프로에선 한 경기 후회하다 한 달을 망칠 수 있다’는 선배들의 조언 덕이다. 김택연은 “원래 성격이 예민하지 않은 편이고 자잘한 스트레스도 없다. 지금으로선 안 다치는 게 최대 목표”라며 “빠른 공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변화구도 계속 연마하려 한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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