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작은영웅] 피싱범을 낚았다…‘삼자사기’ 피해 청년의 통쾌한 복수(영상)

입력 : 2024-05-26 00:30/수정 : 2024-05-26 00:30

이 영상은 중고거래로 엔화를 사고파는 현장의 모습이 담긴 영상입니다. 구매자는 수량을 확인하고, 판매자는 입금된 금액을 확인하고 헤어집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판매자에게 은행으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옵니다.


‘삼자 사기’ 피해 청년의 통쾌한 복수


30대 청년 문태수씨(가명)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엔화 일부를 중고거래 사이트에 내놨습니다. 곧바로 두 명이 거래를 희망한다고 연락이 왔고, 그중 한 명과 대화를 시작합니다.



문태수씨(가명)
“병가 중이라 생활비도 부족하고 어버이날이라 엄마 아빠 용돈도 드리려고 제가 가지고 있던 엔화를 팔려고 했어요. 처음엔 20만엔만 팔려고 했는데 그분이 엔화 있는 거 다 팔아달라 그래서 50만엔만 팔겠다 해서...”


집 앞에서 5월 7일 오후 5시, 직거래를 약속했는데, 거래 장소엔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온다며 계좌번호를 미리 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문태수씨(가명)
“오후 5시4분쯤인가 남편분이 온다고 했어요. 남편분을 만나지도 않았는데 먼저 입금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거래가 성사된 줄 알고 실수로 먼저 보냈구나 해서 오면 빨리 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드디어 남성이 도착했고, 태수씨는 50만엔을 건넨 뒤 그 자리에서 확인해 보라고 했습니다. 한참을 세어보곤 자리를 뜨는 남성. 그리고 1시간 뒤, 은행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문태수씨(가명)
“새마을금고에서 전화가 온 거예요. 보이스피싱 계좌로 피해자가 신고 접수를 했으니 지급 정지가 됐대요.”


사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유행하는 ‘삼자 사기’를 당한 거였습니다. 삼자 사기는 피싱범이 판매자에게 접근해 계좌번호를 알아낸 뒤 본인이 판매자인 것처럼 또 다른 판매 글을 올려 구매자를 구하고, 구매자가 판매자의 계좌로 돈을 보내면 중간에서 물건만 ‘쏙’ 가로채는 사기 수법입니다. 그렇게 태수씨는 순식간에 400만원이 훨씬 넘는 돈을 사기로 날렸습니다.


문태수씨(가명)
“112에 전화를 했어요. 경찰분이 오셔서 하는 말이 당장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대요. CCTV 확인하고 빨리 잡아야 되는 거 아니냐 그랬더니 자기네들이 CCTV를 볼 권리가 없다는 거예요”


급한 마음에 인근 경찰서로 향한 태수씨. 하지만 심야 시간이어서 당직자밖에 없던 터라 방법이 없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문태수씨(가명)
“오늘 일어난 일이니까 저는 빨리 잡고 싶은데, 진정서라는 걸 쓰고 팀이 배정되는 데 최소 일주일은 걸릴 거라는 거예요”


절망에 빠진 태수씨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 황진모씨(가명)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태수씨(가명)
“(엔화 거래 때) 동시에 연락이 왔어요. 똑같은 사람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친구한테 이 사람 낚아보자. 너가 달러를 약 800만원 정도 올려봐라. 싸게 올리면 일반 정상적인 사람도 연락이 올 거니까 일부러 비싸게 올려라”



태수씨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친구 진모씨가 달러 판매 글을 올리자마자, 거짓말처럼 태수씨에게 엔화 거래를 희망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진모씨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순간 태수씨는 사기범임을 직감하고 경찰서로 달려갔습니다.


문태수씨(가명)
“일반 시민인데 신분증을 요구할 권리가 없고, 그래서 경찰서로 갔죠. 진정서 ‘어제(7일) 냈는데 그거 어디로 갔냐, 연결해 달라’ 그래서 수사 8팀 팀장님을 만날 수 있었어요. 자초지종 설명을 해주고...”



거래를 약속한 진모씨의 이야기를 듣고 태수씨와 형사 4명은 직거래 장소 근처에서 대기했습니다. 약속 시간이 가까워지자 갑자기 상대는 시간 변경을 요청합니다.


문태수씨(가명)
“위치랑 시간을 바꿨어요. 거래하기로 한 친구는 혼자 먼저 가 있고. 6시 반쯤 범인을 만나자마자 다 같이 덮쳐서 잡은 거예요”


마침내 피싱범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데 성공합니다. 태수씨와 진모씨의 빛나는 아이디어가 나쁜놈을 잡고 정의를 실현한 겁니다. 사실 범인을 잡는다고 태수씨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입금된 돈은 또 다른 피해자에게 되돌려줘야 했고, 태수씨의 50만엔은 이미 총책에게 넘어간 상태여서 돌려받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동결된 계좌도 풀지 못한 채 그대로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태수씨가 진모씨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까지 나선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문태수씨(가명)
“제가 사실 전세 사기도 당했어요. 때문에 3년 동안 인생이 피폐해져 있는 상태예요. ‘정상거래를 하는 사람들조차도 사기를 당하는 나라가 됐으면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힘든 일을 연달아 겪었지만 태수씨는 좌절하는 대신 순진한 청년을 등친 사기범을 꼭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겁니다. 태수씨는 정부에도 제도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문태수씨(가명)
“사기꾼은 따로 있는데 피해자들끼리 싸워야 되는 거죠. 그리고 피해자는 난데 내 계좌가 지급 정지가 됐는데,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데, 장기간 묶어놓는다는 것도 좀 이해가 안 돼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거죠”




영상으로 보기↑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전병준 기자 jb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더 보기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