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편지] 두 렙돈의 헌신, 하나님 안에서 ‘부유한 소녀’

오영철 태국 선교사

입력 : 2024-05-21 11:06/수정 : 2024-05-21 14:02
지난달부터 가정부로 일하는 마라가 강아지들을 돌보고 있다. 오영철 선교사 제공

페이스북 메신저로 메시지가 왔다. “목사님”이라고 시작하는 짧은 메시지로 ‘마라’에게 온 것이다. 마라는 지난 3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아직도 앳된 모습이 남아 있는 아이다. 통화하면서 왜 그녀가 메시지를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헌금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마라는 한 달 전 선교비와 신학교 헌금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녀는 한 달 전 태국 파타야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독교인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그 집에서 일할 가정부가 필요한데 나에게 구해 달라고 요청이 왔다. 평소에 알고 있었던 마라의 아버지에게 부탁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치앙마이의 깊은 산속인 티께키교회에서 담임으로 섬기다 지금은 기숙사 사감으로 일하고 있다. 그에게 혹시 파타야에서 가정부로 일할 수 있는 신앙 좋은 여자 청년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예상하지 않았던 제안을 했다. “나의 딸이 지난달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어떨까요.”

그는 자기 딸을 보내고 싶어했다. 나는 그녀가 아직도 18세에 불과한데 어려운 가정부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와 통화했다. “그곳에서 일이 쉽지 않을 수도 있고 안정된 일도 아닌데 할 수 있을까.” 그녀는 당찬 목소리로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마라가 가겠다고 결심하자 그녀가 선교적 역할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눴다. 가정부 일을 하면서 얻은 수입 중 십일조 외에 특별 헌금에 대해 도전을 했다.

“십일조 외에 200밧은 신학교를 위해, 200밧은 아르헨티나 선교사를 위한 헌금할 수 있겠니.”

마라는 망설임 없이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녀의 아버지도 자기 딸이 확실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0밧은 대략 6달러 정도인데 그녀에게는 작은 액수도 아니다. 그녀가 받는 월급이 대략 300달러니까 매달 12달러는 의미 있는 액수다.

실은 산에서 18년을 살았고 카렌족이며 여전히 어린 마라가 파타야에서 일하는 게 걱정됐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밝게 적응하고 있다는 소식에 감사했다. 이제 한 달이 되어 첫 월급을 받은 것이다. 그녀는 약속한 선교비와 신학교 운영비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연락을 하여 어떻게 헌금하면 좋을지 질문한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일을 생각한다. 그녀는 현대 사회에서 존재감이 없는 어린 소수종족 청년이다. 그렇지만 하나님 나라는 전혀 다른 원리가 있다. 미국 풀러신학교의 폴 피어슨 교수가 이것을 잘 설명했다. “부흥과 확장은 대부분 그 시대 교회 권력 구조의 변두리에서 시작된다. 성령께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 가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는 이것을 ‘변두리 이론(Periphery Theory)’이라고 불렀다.

마라는 태국 북부 산악지방에서 자란 가난한 소수종족 카렌족 청소년이다. ‘가난, 소수종족, 산골, 어린 여성’은 변두리의 상징적 단어라 할 수 있다. 지금 하는 일도 그녀가 변두리의 존재임을 보여준다. 가정부로서 청소, 강아지 돌봄, 식사 도우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 가운데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첫 월급부터 중남미의 가난한 아르헨티나에서 온 선교사를 위해 돕기 시작했다. 약한 자가 약한 자를 돕는 것이다. 주변부 변두리들의 움직임이다.

변두리 이론은 그녀의 움직임이 그보다 나은 형편의 카렌 교인들에게 선교 헌신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머나교회에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변두리로서 그녀의 소중한 의미를 더해준다.

“내가 네 환난과 궁핍을 알거니와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계 2: 9) 그녀는 가난하지만 사실은 하나님 나라에서 부한 삶을 살고 있다. 그녀는 현재 삶에 감사하고 월급에 자족한다. 나아가 미래를 세우는 신학교와 선교를 위한 헌신에 기쁨으로 참여한다.

사실 그녀에게 선교비와 신학교 헌신을 도전할 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어린 나이의 가정부로서 많지 않은 급여를 생각하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라를 만지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성령의 역사는 생각하지 않은 장소와 사람을 통하여 일하심을 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녀에게 아침마다 묵상한 말씀을 나누고 가끔 격려하는 정도다. 사실 그녀로부터 내가 받는 에너지가 더 크다. 그녀의 감사를 담은 삶, 맑은 모습과 언어, 선교를 위한 헌신 등은 나에게 큰 격려가 된다. 변두리지만 하나님 안에서 ‘부유한 소녀’를 통해 하나님의 선교가 얼마나 크고 넓은지를 다시 배운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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