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과 협의해달라” 달라진 與, ‘정책 주도권’ 쥐나

추경호 원내대표, ‘해외 직구 제한’ 철회 정부 비판
與의원 “잘못된 정책, 당연 목소리 내야”

입력 : 2024-05-20 18:15/수정 : 2024-05-20 18:29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해외 직접구매(직구) 제한 철회와 관련해 정부에 “민생 정책 입안 과정에서 당과 사전 협의를 해달라”고 촉구한 것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 당이 정책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만 5세 입학’부터 ‘연구개발(R&D) 예산 뭉텅이 삭감’ 등 정책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여당은 침묵하거나 정부 엄호에 힘을 쏟았는데,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 정부에 ‘할 말은 하는’ 여당이 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최근 해외 직구 규제 논란을 두고 정책의 내용과 파장, 여론 영향 등을 조목조목 언급하면서 정부를 질타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평소 굉장히 조심스럽고 신중한 성품인 추 원내대표가 상당히 작심하고 한 발언 같다”며 “정부 정책의 문제점이 있다면 여당이 먼저 지적해주는 게 당정 모두에 좋은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는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수직적 당정관계’를 개선해야 할 때라는 의견이 분출하는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초선 당선인은 “그동안 당정일체를 주로 강조해왔지만, 엄연히 말해 당과 정부는 별개의 조직”이라며 “잘못된 정책에 대해 여당에서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의 한 초선 당선인도 “그동안 국민의힘이 대통령실 눈치를 많이 보는 이미지로 비치지 않았냐”며 “(추 원내대표의 발언이) 당연한 얘기임에도 상당히 발전적으로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여당 내 기류 변화는 총선 참패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30%대에서 제자리 걸음하는 등 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당정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진 영향이 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 전에는 공천 때문에 대부분의 의원이 대통령실 눈치를 봤지만, 다음 총선 공천권은 현 용산(대통령실)에 없다”며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는 의원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 재선 의원은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민심의 기대치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김건희 여사 문제나 특검 등에서도 당 지도부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정 관계의 실질적 변화는 정부 정책 문제에서 더 나아가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여당이 제 목소리를 낼 때 체감될 수 있을 거란 얘기다.

당내에서는 비주류를 중심으로 김 여사를 향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SBS라디오에 나와 최근 김 여사가 공개활동을 재개한 데 대해 “‘오얏나무 아래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김 여사에 대한) 오해를 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해진 의원도 BBS라디오에서 “(김 여사가)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잠시 정면에 나왔다가 뒤로 빠지고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 내부에서 사실관계를 제대로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선 박성영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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