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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상의 세상만사] 받은 만큼만이라도 일 좀 제대로 하기를


한 해 1억57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여기에 ‘보너스’ 격으로 연간 700만원의 정근수당, 849만원 상당의 설·추석 명절휴가비도 받는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일반수당, 급식비, 간식비, 활동비 명목으로 받는 돈이 2200만원이 넘는다. 모두 합쳐 2억원 가까운 돈이다.

항공기, 철도, 선박을 공짜로 탈 수 있다. 항공기는 비즈니스석, 철도·선박은 최상등급 좌석이다. 공짜 항공기를 타고 연구 명목으로 연 2회 해외여행도 갈 수 있는데, 여행비로 연 2000만원을 받는다. 유류비와 차량 유지비로 매월 150만원 정도 받고, 업무용 택시비는 추가로 받는다. 회관 내 헬스장, 목욕탕 등 시설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고, 병원·한의원·약국도 공짜다. 게다가 가족들도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다.

자신의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보좌관 2명, 비서관 2명, 비서 4명, 총 8명의 부하직원을 둘 수 있다. 이들 부하직원에게 지급되는 급여가 연 5억2000여만 원에 이른다. 게다가 이들 부하직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자르고 새로 채용할 수 있다.

국회의원 이야기다. 이렇게 국회의원 1명에게 4년간 들어가는 돈이 60억원에 이른다. 모두 국민이 불황 속에서도 어찌어찌 쥐어짜서 내는 세금으로 지급되고 있다. 이 정도는 약과이다. 죄를 지어도 체포되지 않고, 어떤 경우에는 면책까지 시켜준다. 소위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니라면 살인자라도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이 되지 않는다. 회기 전에 체포나 구금이 되었더라도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에는 석방해야 된다. 다만, 체포나 구금이 면제될 뿐이지 형사책임까지 면제되는 건 아니어서 나중에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되면 당연히 구금된다.

그런데 때로는 형사책임까지 면제시켜 주기도 한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면제해주고 있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대놓고 가짜뉴스를 퍼뜨리거나 명예훼손에 가까운 막말을 해도 발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명예훼손 등의 죄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다.

일설에는 국회의원이 누리고 있는 특권이 2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3명 중 2명꼴로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정작 특권을 결정할 권한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뼈를 깎을 수 있을까.

이토록 많은 특권이 부여되다 보니 어떤 사명감보다는 부와 명예를 모두 얻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이 훨씬 많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적어도 받는 특권만큼만이라도 일해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은 배신당하기 일쑤다. 22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5월 30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국회는 부디 불필요하고 위화감을 조장하는 특권들은 당연히 없애기를. 부디 받은 만큼만이라도 일 좀 제대로 하기를...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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