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애 원장의 미용 에세이] 임초리에서 7


나는 동생들과 살던 방세를 빼서 남동생에게 절반을 나누어주었다. 서로 거취를 정했으나 동생들을 떼어놓고 결혼을 결정하면서 거의 매일 밤 뒤척이며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나와 동생들의 불투명한 미래를 바라보며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으나 늘 감사한 것은 동생들이 부모님으로부터 부지런함을 타고난 것이다. 세상 어디에 떨구어 두어도 오뚝이처럼 칠전팔기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나는 결혼식을 앞두고 잠시 친구의 친척 집에서 방 하나를 빌려주어 결혼식 날까지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이의 형수가 저녁 초대를 했다. 남자 조카들이 셋이며 친척까지 함께 살고 있었다. 이웃에 시이모님 부부까지 한자리에 모인 화기애애한 저녁 식사 자리였다.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데 신혼부부가 지낼 방이라고 하시며 구들장을 바꾸느라 파헤쳐 놓은 것을 보여 주었다. 결혼식이 3주 전인데 수리가 끝날 때까지 2주간 동안 함께 지내면 어떠냐는 것이다. 나는 그날 문밖을 나오면서 먹은 음식이 소화되지 않아 밤새도록 부대꼈다.

내가 만일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면 저런 무례한 소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서운한 마음이었다. 그날 그가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는데 내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무 서글펐다. 결혼 후에도 아주버님이 월남에서 돌아올 때까지 1년을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도 동의했다. 뚝방 판자촌 단칸방에서 접붙여 사는 것이 서러운 것이 아니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런 부탁을 내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팠다.

그날 시댁 윗분들의 제안이 내 마음에 상처로 남았다. 육체만 건강하다고 건강한 사람이겠는가, 내가 아무렇지 않게 그 가족의 요구를 따랐다면 훗날에 그 가족들 역시 나를 시골 태생으로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거나 규범이 없는 여자로 전과자 취급을 하지 않았을까.

그가 내 손을 잡고 계속 미안하다는 것을 뿌리치고 들어왔다. 청첩장을 펼치며 다 집어치우고 멀리 떠나고 싶었다.

사람은 대게 자신이 걸어온 길에 비추어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 상대가 어떤 삶을 추구하며 그 자신의 인생관이 무엇이며 어떤 꿈을 설정하고 살고 있는지 남의 심층 깊은 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두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성경책 위에 손을 겹쳐 올리고 숭고한 결혼 약속을 했다.

성스러운 결혼을 앞두고 근심 반 기쁨 반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붙들고 지내는데 자신의 집 마당에 가마니를 깔고 밤을 새울지언정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집에 들어와 지난날들을 돌이켜보았다.

<은혜의 백합>
- 김국애

그가 백합 한 다발을 안겨주었다
두 팔 열어 보듬어 안은 채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세상을 다 가진 듯
나도 솔로몬이 부럽지 않아

그의 의관, 금홀, 진귀한 것들
생명이 없고 호흡도 없으니

저 높고 높은 데서
봄비로 내려오는 은총
흙을 가르고
물길을 내어
시들은 내 영혼을
촉촉이 적셔준다

크고 부드러운 손이 밀어 올리면
하얀 향기로 짙게 피어난다

세상 엉겅퀴와 가시밭 속에서
그대, 은혜 입은 백합이여

◇김국애 원장은 서울 압구정 헤어포엠 대표로 국제미용기구(BCW) 명예회장이다. 문예지 ‘창조문예’(2009) ‘인간과 문학’(2018)을 통해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계간 현대수필 운영이사, 수필집 ‘길을 묻는 사람’ 저자. 이메일 gukae8589@daum.net
정리=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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