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 시작도 전에 ‘대통령 거부권 폐지’ 두고 여야 충돌…“반헌법적” vs “200석 경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왼쪽)과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개헌 요구가 분출하고 있지만, 여야가 관련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두고 충돌하면서 정쟁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개헌 논의가 현 대통령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제도 개혁보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힘 빼기’에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대통령 거부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거부권은 삼권분립 원칙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며 “거부권을 제한한다는 건 헌법을 부정하는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반민주적 정쟁을 위한 발상으로 혼란을 야기하기보다는 정책 경쟁에 나서주길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 헌법개정특위 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거부권을 제한하고 대통령도 국회의장처럼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민주당에서는 최근 당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거나 대통령 권력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안이 분출했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대통령 중임제, 감사원의 국회 이전, 검찰과 기획재정부 등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통제 등을 담은 개헌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외에도 대통령 4년 중임제 전환과 대통령 탄핵소추에 필요한 의석 요건을 200석에서 180석으로 낮추는 내용 등의 개헌 요구가 민주당에서 잇따라 쏟아졌다.

개헌 요구는 민주당에 국한되지 않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4년 중임제 개헌을 통해 2025년 12월에 대선을 치를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윤 대통령이 정국 돌파를 위해서는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결단이 임박하면서 야권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통해 우리가 200석이라는 걸 경험해 보게 된다면 그다음 200석을 만드는 건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도저히 못 견디겠다는 판단이 들면 대통령을 향한 어떤 요구도 다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에서 특검법이 재의결되는 건 물론 더 나아가 22대 국회에서 개헌이나 탄핵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개헌 논의는 정권 말에 주로 대통령이 들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정권 3년 차에 야당이 들고나왔다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라면서도 “지금 민주당에서 나오는 개헌 논의는 정권 흔들기용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힘 빼기’에 치중한 개헌 논의로 인해 오히려 개헌 동력이 사그라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국민투표도 거쳐야 한다. 국회 통과에만 범야권 의원 전원 찬성과 8표 이상의 여당 내 이탈표가 있어야 하는 구조다.

이종선 박장군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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