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직격탄 맞은 저축은행권… ‘증자·매각’ 갈림길 선다

연합뉴스

금융 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정상화의 칼끝이 브리지론(토지 매입 등에 쓰이는 단기 대출)과 토지담보대출을 향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브리지론과 토담대를 대규모로 내줬던 저축은행권은 최대 3조원이 넘는 대손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반기부터는 대주주로부터 유상증자 등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 당국이 내놓은 부동산 PF 정상화 대책의 초점은 브리지론과 토담대 사업장에 맞춰져 있다. 초기 부동산 PF인 브리지론은 그동안 대출금이 연체 상태인지, 부도가 났는지 등만 따져 사업장 평가 기준이 느슨했다. 앞으로는 경과 기간별 토지 매입 상황, 인허가 현황, 본 PF(착공 후 시공비 등에 쓰이는 대출) 전환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사실상 브리지론과 같은 용도로 쓰이지만 대상에서 벗어나 있던 토담대 사업장도 유사한 평가를 받게 된다.

저축은행권은 그동안 브리지론과 토담대 영업에 주력해왔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BI저축은행 등 주요 저축은행 16곳의 부동산 PF 위험 노출액 7조7000억원 중 절반을 넘는 3조9000억원이 브리지론이다. 같은 시기 저축은행권 토담대 규모는 15조원가량으로 추측된다. 특히 토담대는 그동안 일반 기업대출로 간주돼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 단계의 채권에는 부동산 PF 대비 10% 포인트 낮은 20%, 3~12개월 연체의 ‘회수 의문’에는 25% 포인트 낮은 50% 비율로 충당금을 쌓아 향후 적립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저축은행권의 추가 충당금은 최악의 경우 3조3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 나신평이 부동산 시장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 못하고 얼어붙어 경·공매 낙찰가율이 25%까지 하락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해 추산한 결과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관련 예상 손실은 4조8000억원에 이른다. 브리지론 3조5000억원, 본 PF 1조3000억원이다. 저축은행권이 그동안 쌓은 충당금은 1조5000억원에 불과해 손실을 메우려면 3조3000억원이 더 필요하다.

이 경우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 부동산 PF 부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던 지난해에는 동양 대신 애큐온 키움Yes 페퍼 한국투자 OK저축은행 7곳의 대주주가 총 6400억원을 유상증자했는데 올해는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대주주에게 여력이 없는 중·소형사는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예리 나신평 책임 연구원은 “미국 JP모건체스은행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으로 파산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한 것처럼 저축은행 간 M&A를 통해 부실의 불씨가 금융권 전반으로 옮겨붙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대주주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주식 처분 명령을 받은 상상인저축은행이 새 주인을 찾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권에서는 민국 조은 한화 HB OSB저축은행 등이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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