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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발레 vs 파격 무용극… 5월 ‘로미오와 줄리엣’ 2편 잇따라

UBC, 원작 희곡 충실한 케네스 맥밀란 버전 8년 만에 재공연
매튜 본,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10대들의 이야기로 재해석

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고전을 대담하게 재해석한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한 본은 이번 작품 역시 기성세대의 통제와 획일화된 시스템에 저항하는 10대들의 사랑 이야기로 바꿔놓았다. (c)Johan Persson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수많은 예술가를 자극해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졌다. 무용 분야에서는 1935년 구소련 시절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의 동명 발레음악이 나오면서부터다. 52곡으로 이뤄진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고전 발레 음악의 규칙적 패턴에서 벗어나 강렬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안무작만 수십여 편에 이른다.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으로 만든 무용 작품 가운데 수작으로 꼽히는 ‘로미오와 줄리엣’ 2편이 5월 나란히 관객을 찾아온다. 10∼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UBC)이 공연하는 케네스 맥밀란(1929∼1992)의 드라마 발레와 8∼19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매튜 본(64)이 이끄는 뉴 어드벤처의 무용극이 그것이다. 두 안무가 모두 영국 출신으로 무용계에 한 획을 그었다.

안무가 케네스 맥밀란(왼쪽)과 매튜 본. (c)Johan Persson

맥밀란은 존 크랑코(1927~1973)와 함께 드라마 발레의 완성자로 꼽힌다. 드라마 발레는 춤의 향연을 펼치는 클래식 발레와 달리 스토리의 자연스런 흐름을 통한 주인공의 심리변화를 묘사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맥밀란의 드라마 발레의 출발점이다. 1965년 영국 로열발레단 초연 당시 40여 분간의 박수갈채와 43번의 커튼콜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맥밀란 버전은 많은 ‘로미오와 줄리엣’ 버전 가운데 여러 발레단이 레퍼토리로 채택할 만큼 인기가 높다. 셰익스피어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비극적이고 관능적인 움직임을 통해 주인공의 감정을 입체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UBC가 2012년 선보인 뒤 2016년 재연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UBC의 창단 40주년을 기념해 8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수석무용수 서희, 지난해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자 강미선이 줄리엣으로 나서 기대를 모은다.

유니버설 발레단이 2016년 공연한 케네스 맥밀란 안무 ‘로미오와 줄리엣’ 가운데 무덤 장면. 줄리엣 역의 강미선이 막심 차셰고로프가 연기하는 로미오의 죽음에 울부짖고 있다. 유니버설 발레단-Kyoungjin Kim

반면 본은 ‘무용계의 이단아’에서 ‘고전의 재창조자’로 자리매김한 스타 안무가다. 익숙한 고전을 대담하게 재해석한 스토리텔링은 본의 트레이드마크. 여성 백조 대신 근육질 남성 백조를 등장시킨 ‘백조의 호수’나 주인공이 뱀파이어가 되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은 대표적이다. 무용은 대중적이지 않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모든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2019년 초연 이후 그의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대립하는 두 집단의 갈등이라는 전통적인 구조를 탈피한 것이 특징이다. 대신 근미래의 정신병원을 연상시키는 시설을 배경으로 기성세대의 통제와 획일화된 시스템에 저항하는 10대들의 사랑 이야기로 바꿔놓았다. 본은 약물, 트라우마, 우울증, 학대, 성 정체성 등 현대의 젊은 세대가 마주한 민감한 문제들이 거침없이 묘사하며 ‘로미오와 줄리엣’을 오늘날 10대들의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케네스 맥밀란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 중 베로나광장에서 몬태규 가문과 캐퓰럿 가문이 싸우는 모습(왼쪽)과 매튜 본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 중 베로나 인스티튜트에 수용된 청소년들이 파티에서 춤추는 모습. (c)유니버설발레단-Kyoungjin Kim, Johan Persson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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