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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체조 대표팀 성폭력 사건… FBI, 1900억 배상키로

입력 : 2024-04-24 07:44/수정 : 2024-04-24 08:13
미국 체조 국가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2021년 9월 상원 청문회에 나와 연방수사국(FBI)의 부실 수사를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체조 국가대표팀 주치의의 성폭력 사건을 소홀히 다룬 혐의를 인정해 피해자들에게 1900억 원가량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미 법무부는 23일(현지시간) 체조 대표팀 주치의로 일한 래리 나사르(60)의 성폭력 피해자 90여 명이 연방수사국(FBI)을 상대로 제기한 139건의 소송을 종결하기 위해 총 1억3870만 달러(약 1909억 원)를 지급하는 조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나사르 혐의가 처음부터 심각하게 받아들여 졌어야 한다”며 “이번 합의가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피해자들의 지속적인 치유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나사르는 1986년부터 30년간 여자 체조 선수와 환자 수백 명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가 인정돼 2018년 최대 17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FBI는 2015년 7월 나사르의 범죄 사실을 인지하고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맥카일라 마로니에 대한 첫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수사는 더디게 진행돼 실제 기소는 2016년 11월에야 이뤄졌다. 또 다른 피해자 레이철 덴홀랜더가 그해 9월 일간지 ‘인디애나폴리스 스타’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상세히 고백한 지 3개월 만이다.

미 법무부 감찰관실은 2021년 7월 FBI의 늑장·부실 수사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마로니의 진술을 청취한 FBI 요원은 나사르가 기소된 이후인 2017년까지도 진술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FBI가 수사를 뭉개는 동안 나사르의 성폭행이 계속돼 70명의 여성이 추가 피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9월 열린 미 상원 청문회에서 마로니는 “(FBI 조사는) 내 트라우마에 대한 침묵과 무시로 가득 차 있었다”며 “피해를 고백하는 것도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FBI가 내 진술을 무시한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고 증언했다.

미국 체조 간판인 시몬 바일스는 “FBI는 내가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신고하기 훨씬 전부터 나사르의 범죄를 알고 있었다”며 “성적 학대를 지속하게 한 미국 시스템 전체를 비난한다”고 말했다.

이후 마로니와 바일스, 알리 레이먼즈 등 피해자들은 2022년 FBI를 상대로 늑장 수사에 따른 피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미국체조협회와 미국 올림픽위원회도 나사르의 범죄를 방치한 책임에 대해 피해자 500여 명에게 소송을 당한 뒤 2021년 12월 총 3억8000만 달러(약 5228억 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소송을 종결했다. 나사르가 일했던 미시간주립대도 피해자 300여 명에게 5억 달러(약 6880억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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