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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 노숙 금지는 위헌인가?”…곧 美대법원 판결 나온다

미국 LA에서 노숙자가 텐트 너머로 소지품을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오리건주의 한 소도시에서 시행한 노숙 처벌 규정의 위헌 여부를 두고 연방대법원이 판결을 고심하고 있다고 CBS방송과 AP통신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법원은 오는 6월 말까지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 재판은 2018년 미국 서부 오리건주의 인구 4만명 소도시 그랜츠패스시의 노숙자 3명이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노숙을 금지한 시 규정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규정에 따르면 그랜츠패스에서는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야영을 하거나 잠을 자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를 어길 경우 최소 295달러(약 4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반복해서 규정 위반이 적발될 시 30일간 공원 접근이 금지되며, 이를 어기고 공원에서 다시 야영을 하면 불법 침입으로 간주돼 최대 30일의 징역과 1250달러(약 17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노숙자들은 이 규정이 과다한 형벌을 금지한 미국 수정헌법 제8조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수정헌법 제8조는 ‘잔인하고 이례적인 처벌’을 금하고 있다. 이에 그랜츠패스 시 측은 법원에 당국이 이 규정을 ‘적절하게’ 집행해왔다고 맞섰다.

또 그랜츠패스 공공안전부에 따르면 해당 규정은 “‘집이 없다는 상태’는 그 자체로 범죄가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집이 없다는 상태만을 가지고 구금이나 법 집행의 근거로 삼지 않는다”는 규정도 있다.

시의 규정에 따르면 노숙자들은 실제로 잘 곳이 없어야 한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은 처벌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오리건주 연방 지방법원은 해당 규정이 수정헌법 제8조 위반이라며 노숙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시 당국이 야간에 이 법을 집행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낮에도 24시간의 사전 통보 없이는 법을 집행할 수 없게 했다.

이후 연방 항소심인 샌프란시스코 소재 제9순회법원에서도 해당 규정이 위헌이라는 하급심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시 측이 다시 항소를 제기하면서 대법원에서 위헌 여부를 최종적으로 가리게 됐다.

외신은 해당 규정의 위헌 여부를 놓고 대법관들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고 전했다. 대법관들 사이에선 수면이 인간의 기본 욕구인만큼 노숙자들이 야외에서라도 잠을 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과, 공공 위생 및 치안을 정비하는 지자체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충돌했다.

진보 성향의 소냐 소토마이어 대법관은 “수면이 생물학적으로 필수적인 행위이며 집이 없거나 노숙자 쉼터에 공간이 없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야외에서 잠을 자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토마이어 대법관은 “만약 모든 도시와 마을이 이와 같은 법을 통과시킨다면 이들은 어디서 잠을 자야 하냐”며 “잠을 자지 않은 채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냐”고 되묻기도 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은 각 도시가 노숙자 증가로 인한 치안 및 위생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정헌법 제8조가 어느 범위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공공 화장실이 없다고 해서 사람들이 수정헌법 제8조에 따라 노상방뇨를 할 권리를 갖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브랫 캐버노 대법관은 노숙자에게 벌금을 매기는 것이 집값 폭등과 노숙자 쉼터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각 지자체의 정책적 결정에 과하게 개입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재판은 최근 미국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노숙자 문제와 맞물리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지 집값이 폭등하고 코로나19 유행기에 지급되던 연방정부의 지원금이 사라지면서 집을 잃고 노숙자가 된 미국인들이 급증한 상황이다.

미 주택도시개발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노숙인은 2022년 대비 12% 급증해 2007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재 미국에는 노숙인이 약 65만명 이상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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