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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발레 ‘인어공주’가 온다

거장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 “무용수가 살아있는 감정의 형태 되어야”
국립발레단, 5월 1~5일 공연…동화에 안데르센의 자전적 이야기 더해

입력 : 2024-04-23 15:50/수정 : 2024-04-23 15:56
오는 5월 국립발레단이 선보이는 ‘인어공주’의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왼쪽) 독일 함부르크 발레단 예술감독이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수진 단장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립발레단

올해 국립발레단 200회 정기공연 ‘인어공주’(5월 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는 발레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공연이다. 세계적 명성의 독일 함부르크 발레단을 무려 51년째 이끌고 있는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가 한국 발레계와 처음 만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노이마이어는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궁화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무용수로 활동할 때부터 오랜 인연이 있었는데, 이번에 함께 작업하게 돼 기쁘다”면서 “‘인어공주’를 비롯해 내 작품의 철학은 발레를 인간화하는 것이다. 무용수가 살아 있는 감정의 형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은 친정인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시절 노이마이어가 안무한 ‘카멜리아 레이디’로 한국인 최초로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받은 바 있다. 강 단장은 이날 “무용수 시절 존 선생님의 여러 작품에 출연하면서 천재적 안무력에 감탄하곤 했다. 그래서 단장 취임 이후 살아있는 레전드인 존 선생님을 국립발레단에 모시는 것을 숙원사업으로 생각했다”면서 “존 선생님의 작품을 공연하는 것은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에게 예술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부르크 발레단의 ‘인어공주’. 함부르크 발레단

노이마이어는 전통적인 발레 움직임을 바탕으로 인간의 심리를 깊게 드러내는 안무가로 정평이 나 있다. 문학과 연극에 대한 조예를 토대로 한 지성적 접근, 기존의 무용 작품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던 극 중 극을 비롯한 탁월한 연출 등은 노이마이어의 트레이드마크다. 발레 ‘인어공주’는 덴마크 로열 발레단이 세계적인 동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노이마이어에게 위촉한 작품으로 2005년 초연됐다.

노이마이어는 “덴마크 국립 발레단으로부터 신작 의뢰를 받았을 때 안데르센의 작품 가운데 ‘인어공주’가 가장 감동적이라고 생각했다. 사랑 때문에 희생과 고통을 받아들이는 인어공주의 주제는 독특하다. 여기에 리서치 과정에서 ‘인어공주’가 안데르센의 자전적인 삶의 일부와도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고 선택하게 됐다”고 안무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발레 ‘인어공주’는 안데르센 원작으로 회귀하는 작품으로, 해피엔딩인 디즈니 ‘인어공주’와는 매우 다르다”고 강조했다.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가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인어공주’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국립발레단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는 친숙한 동화 위에 안데르센이 이 작품을 쓰게 된 이야기를 더한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시인은 평생 사랑을 갈구했지만 늘 보답받지 못했던 안데르센의 분신이다. 결국, 이 작품은 어린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슬프고 잔혹한 이야기인 셈이다.

이 작품은 노이마이어의 이지적인 해석과 함께 왕자가 사는 인간 세계는 서양적인 세트와 의상인 데 비해 인어공주가 사는 바다 세계는 일본 전통예술의 연출기법을 활용해 표현한 것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노이마이어는 “‘인어공주’를 발레로 만들며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무용수를 (물고기처럼) 다리 없는 모습으로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다가 함부르크 발레단의 일본 투어 중 전통극 ‘노’를 보면서 등장인물의 긴 바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면서 “이 작품에는 일본 외에도 발리의 전통춤 등 동양적인 요소를 많이 담았다”고 설명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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