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넛’ 북한에서 일부 작업?… 北, 美·日 등 애니 재하청 정황

38노스, 클라우드 서버 통해 확인
스티븐연 더빙 ‘인빈시블’ 등 포함

입력 : 2024-04-23 14:59/수정 : 2024-04-23 15:35
북한이 작업한 것으로 의심되는 애니메이션 그림. 38노스 캡처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는 북한 애니메이션 종사자들이 일본과 미국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작품에 하청업자로 참여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제작사로부터 하청과 재하청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북한 애니메이터들이 일부 작업을 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38노스는 이날 지난해 말 북한 IP 주소와 연결된 클라우드 저장소를 통해 이 같은 정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해당 매체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이 서버는 오류로 암호 없이 누구나 모든 자료를 볼 수 있게 돼 있었다”며 “북한 내부에선 IT 작업자들이 인터넷에 직접 접촉할 수 없어 그와 같은 서버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클라우드 서버는 북한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닉 로이’에 의해 발견됐다. 지난 1월 해당 서버를 관찰한 결과 매일 애니메이션 작업 지시와 그 결과물이 함께 올라왔다. 다만 파일을 올린 이의 신원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38노스는 전했다.

해당 서버에 올라 있는 작업 파일의 몇몇 그림은 일본과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작품과 관련한 그림들로, 중국어 지시문들이 한글로 번역돼있었다. 한 그림에는 “고개를 돌리고 앞부분을 직접 원화대로 고치니 원화의 조형이 비교적 정확하다”고 한글로 써져 있었다.
북한이 작업한 것으로 의심되는 애니메이션 그림. 38노스 캡처

북한이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애니메이션 작품 중에는 아마존 프라임에서 볼 수 있는 ‘인빈시블’을 비롯해 일본 애니메이션 ‘마도구사 달리아는 고개 숙이지 않아’ 등이 포함돼있었다. 인빈시블은 드라마 ‘성난 사람들’ ‘워킹 데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스티븐 연이 더빙한 작품이다. 또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BBC 어린이 애니메이션 ‘옥토넛’ 동영상 파일도 있었다. 38노스는 다만 해당 파일은 추가 정보가 없고 완성된 것으로 보여 해당 영상은 애니메이터들이 작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하청업체가 북한 애니메이션 업체 관계자들과 소통한 정황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실제 서버 접속 기록을 보면 가상사설망(VPN)을 활용해 IP 추적을 어렵게 했다. 하지만 일부 IP들은 VPN을 활용하지 않았는데, 해당 IP는 북한과 인접한 단둥, 다롄, 선양 등의 중국 도시에서 접속했음을 보여줬다고 38노스는 설명했다.

해당 매체는 북한 측 관련자들의 신원이 특정되진 않았지만 ‘SEK 스튜디오’로 알려진 ‘4·26 아동영화촬영소’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4·26 아동영화 촬영소는 1960년 북한의 첫 아동 영화인 ‘신기한 복숭아’를 비롯해 ‘소년장수’ ‘고주몽’ ‘영리한 너구리’ 등을 만든 북한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알려져 있다. 해당 촬영소는 2016년 미국 재무부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이후 2021년과 2022년에는 해당 촬영소와 협업한 중국 회사가 추가로 제재를 받았다.

북한의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햇볕 정책으로 남북경협이 활발하던 시절 북한과 애니메이션 합작을 하기도 했다. 국내 아동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 시즌 1과 시즌 2 20편은 2003~2006년 북한의 삼천리총회사와 협업으로 제작했다.
아마존 프라임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인빈시블. 아마존 프라임 홈페이지 캡처

38노스는 다만 미국과 일본 등의 애니메이션 원청 제작사들이 북한에 재하청을 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림에 중국어가 써져 있는 것을 볼 때 몇 단계의 재하청을 거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애니메이션 외에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비슷한 과정을 거쳐 북한 인력이 참여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38노스는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파일을 저장하는데 해당 서버가 널리 사용된 것을 보면, 소프트웨어 개발 등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서버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