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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야당의 벽…재건축 규제 완화·세제 혜택 등 부동산 정책 ‘올스톱’

22대 국회도 ‘여소야대’ 형국
재건축 안전진단·비아파트 세제혜택 ‘도루묵’ 위기


여당의 총선 패배로 정부가 추진 중인 여러 부동산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재건축 안전진단 시기 조정, 미분양 주택 매입 시 세제 혜택 등 수요와 공급을 아우르는 부동산 정책이 모두 법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강조해온 부동산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추진, 임대차 2법 강화 등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규제 완화에는 여야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충고한다. 향후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해소됐을 때 시장이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밑바탕을 다져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22일 국토부에 따르면 민생토론회 후속으로 개정이 예고된 법안은 모두 11개다. 그중 대표 정책은 재건축·재개발 안전진단 통과 시기 조정이다. 정부는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준공 30년이 지난 주택이라면 안전진단 통과 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월 ‘재건축 안전진단’을 ‘재건축 진단’으로 이름을 바꾸는 내용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힘을 실었다. 안전진단을 일단 무력화한 뒤 나중에 아예 폐지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5월에 임기가 끝나는 21대 국회에서 해당 개정안을 논의할 가능성은 낮다. 또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구성이 확정되면서 법 개정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미분양 해소 정책도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 법을 개정해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구입 시 1가구 1주택 특례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전제로 한 정책이다.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했을 때 주어지는 원시 취득세 감면도 지방세특례제한법 없이 불가능하다. 오피스텔·빌라 등 비아파트 수요 자극을 위해 내놓은 ‘60㎡ 이하 신축 비아파트 원시 취득세 최대 50% 감면’도 같은 법 개정이 필수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세컨드 홈’도 마찬가지다. 인구감소지역 1주택 추가 구입 시 1주택 특례를 부여하려면 소득세법과 종합부동산세법을 모두 고쳐야 한다. 결국 주택 경기 활성화 정책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를 ‘부자 감세’로 접근하는 야당이 이 같은 세법 개정안에 동의할 가능성은 작다. 정부 관계자는 “22대 국회에서 정부 주도의 입법은 쉽지 않다”며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일부 정책만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직접 밝힌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도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 중 하나로, 부동산 공시법 개정을 해야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이 폐지되기는커녕 이전 정부의 일부 부동산 정책에 다시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정부에서 주도한 임대차 2법의 개편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대차 2법 내용 가운데 전·월세 신고제는 시장에 정착했지만 현 정부는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의 부작용으로 전셋값이 폭등해 전세사기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 폐지를 포함한 법 개정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민주당이 과거 핵심 정책의 폐지에 협조할 가능성은 작다.

민간임대 시장 활성화도 요원해졌다. 정부는 단기 등록임대 복원과 자율형 장기임대 도입을 위해 민간임대주택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주택자를 시장에 주택 공급자로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단기 등록임대가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폐지된 정책이라는 점이다. 당시 민주당은 민간 임대 등록제도가 다주택자들의 투기 도구로 활용됐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정부·여당이 반대해온 전세사기특별법은 이미 야당을 중심으로 개정이 추진되는 분위기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지난 17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의 임차보증금반채권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서 매입해 보증금을 돌려주고 기관이 직접 자금을 회수하는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 담겼다. 여당은 다른 사기범죄와의 형평성 문제와 재원 확보 등을 이유로 법 개정을 반대해왔다.

여러 부동산 정책이 힘을 잃었지만 침체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부동산 거래를 늘리기 위해서는 취득세, 양도세 등 세금 규제 완화가 필수”라며 “정부와 여당은 국민 목소리를 등에 업고 야당과의 적극적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 침체 근본 원인이 고금리 현상에 있으므로 국회 구성과 향후 부동산 시장 회복세는 큰 관련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 부동산 거래 절벽 등은 고금리,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세법 개정 등은 ‘규제 정상화’ 차원으로 외부 요인이 안정됐을 때 시장이 회복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침체의 근본 원인은 고금리”라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기 전까지 국내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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