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변 텐트서 5년 노숙…구속된 베트남 여성 사연

시어머니와 갈등 탓 2016년 이혼
고시원 등 전전하다 노숙생활
퇴거 요청에 분노해 방화

입력 : 2024-04-22 10:25/수정 : 2024-04-22 13:21
기사와 상관 없는 참고 사진. 연합뉴스

서울 동대문구 중랑교 밑에서 텐트를 치고 5년간 노숙생활을 한 베트남 이주여성이 방화 미수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22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와 서울북부지검에 따르면 현모(44)씨는 지난 4일 공용건조물 방화 미수,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구속 기소돼 다음 달 법정에 선다.

현씨는 지적장애인인 한국인 남편과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생활하다가 2016년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이혼했다.

그는 시어머니의 폭언에 시달렸으며, 종종 폭행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어가 서툰데 공부를 하지 않고, 아이와 남편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이혼 후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현씨는 고시원, 찜질방, 여성노숙인쉼터 등을 약 2년간 전전한 끝에 2019년 중랑천변에 자리를 잡았다.

동대문구청은 주거와 한국어 공부 지원 등을 제안했지만 현씨가 모두 거부했다고 한다.

텐트 생활로 명확한 주소지가 없고,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등 수급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현씨는 기초생활수급비조차 받지 못하게 됐다. 그는 이에 약 5년간 행인들이 적선한 돈으로 생활했다.

구청 관계자는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본인이 완강히 거부해 복지 혜택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구청의 지속적인 퇴거 요청에 불응하던 현씨는 지난달 26일 중랑천 게이트볼 구장 인근의 구청 창고에 있던 기계를 망치로 부수고 불을 냈다. 불은 일부 자재만 태우고 20여분 만에 꺼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현씨는 “중랑천을 청소하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났다”며 “(그 사람들이) 퇴거하라는 내용이 담긴 종이를 텐트에 붙이고 나를 앞에 세운 뒤 사진을 찍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텐트 생활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쉼터 내 괴롭힘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아이가 사는 곳 근처에 있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는 현씨가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지원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제도상 미비점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본인이 거부할 경우 복지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것은 ‘자기 책임의 원리’라는 측면에서 당연하다”면서도 “이 여성에 대한 서비스나 지원이 촘촘하게, 연속적으로 이어졌는지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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