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돈’을 향한 욕망의 종말


지난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가평군 북면 도대리 조무락계곡의 용소폭포에서 한 남자가 물에 빠져 죽었다. 나중에 ‘계곡 살인사건’으로 명명된 이 사건의 가해자는 당시 법적으로 아내였던 이은해와 그의 내연남 조현수였다. 이들은 남자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이 사건을 저질렀는데, 어찌나 치밀하게 준비하였던지 사건 초기에 경찰조차 단순 물놀이 사망 사건으로 종결할 정도였다. 가해자들은 아마 쾌재를 불렀으리라.

그러나 어찌 알았으랴. 피해 남자의 누나가 동생의 사망이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이 아닌지 의심할 것이라고. 누나는 아는 경찰을 통해 자신의 의심을 전했고, 경찰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재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이은해는 본래의 목적이었던 보험금 8억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기를 의심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들이 살인을 저지른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돈’때문이다. 그런데 돈을 받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성을 잃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이은해는 대범하게도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부가 부당하다며 직접 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 제보한다. 언론을 이용하여 보험사를 압박하려는 의도였으리라. 그러나 방송사 PD는 이은해에게 속지도 가스라이팅을 당하지도 않았다. 이 사건을 취재한 PD는 이은해의 의도와는 달리 살인사건을 의심하는 취지의 방송을 내보냈다.

이렇게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경찰의 수사도 급물살을 탔고, 이은해와 조현수의 가스라이팅을 통한 치밀한 살인극이 드러났다. 게다가 이 사건 전에 낚시터에서 일부러 물에 빠뜨리거나 펜션에서 복어 독을 먹이는 등 여러 번 살인을 시도한 사실까지도 밝혀졌다.

이처럼 파렴치한 살인극이 드러났음에도, 이들은 ‘돈’을 향한 욕망의 무한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언론을 이용한 보험금 편취에 실패한 이은해가 보험금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은해는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음에도 이 소송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이 이은해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그의 ‘돈’을 향한 욕망도 강제로 멈춰지게 되었다.

너무도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돈’을 향한 욕망의 결정판과 같은 이 사건마저도 잊힐 만큼 시간이 제법 흐른 최근에 선고된 한 판결이 이 사건을 다시 소환함과 동시에 씁쓸함을 더한다.

“윤아무개에게만 참다운 부부 관계의 설정을 바라는 의사가 있고, 이은해에게는 그러한 의사가 결여됐으므로 혼인신고를 통해 법률상 부부가 됐다고 하더라도 그 혼인은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것이어서 무효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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