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가지 냄새로 빚어진 도시 ‘오도라마 시티’

입력 : 2024-04-19 16:28/수정 : 2024-04-19 18:38
구정아 작가의 전시 ‘오도라마 시티’의 한 작품. 현대차 제공

전 세계 각지에서 한국의 도시나 고향을 향기(어쩌면 냄새)로 추억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피어오른다.

구정아 작가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설문 방식의 공모를 통해 ‘한국의 향’에 대한 사연 600여편을 수집한 뒤 17가지 테마로 표현했다. 후각으로 새겨진 타인의 다양한 기억을 모으고 분류해 눈으로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냈다고 보면 되겠다.

이 작품은 이달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자르디니 공원에서 개막하는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에서 ‘오도라마 시티(Odorama City)’라는 주제로 한국관에 전시된다. 덴마크 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터 이설희와 덴마크 아트허브 코펜하겐 관장 야콥 파브리시우스가 함께 예술감독을 맡았다.

‘오도라마’는 냄새, 향기를 뜻하는 영어 ‘오도(Odor)’와 극(적인 것)을 의미하는 ‘드라마(Drama)’를 결속한 말이다. 후각으로 경험하는 무형의 것들을 눈에 보이는 것들로 옮기는 극적 재현 작업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 결과물로 가공한 전시(오도라마 시티)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월드’(세계)가 아니라 굳이 제한된 영역인 ‘시티’(도시)인 것은 개별성과 구체성을 가진 삶의 터전(환경)으로서의 공간을 의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구정아 작가의 전시 ‘오도라마 시티’의 한 작품. 현대차 제공

작품으로 빚어진 ‘한국의 향’의 원천은 강, 바다, 산, 햇빛, 먼지, 겨울, 낙엽, 밥, 한약, 향, 옻칠한 나무, 목조 건물, 매연, 쇠, 온돌 바닥, 대중목욕탕, 하수도 등이다. 이런 냄새 혹은 향기가 도시, 밤, 사람, 서울, 짠 내, 함박꽃, 햇빛, 안개, 나무, 장독대, 밥, 장작, 조부모, 수산시장, 공중목욕탕, 오래된 전자제품이라는 키워드에 담겼다.

오도라마 시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를 활용하는 구정아 작가의 향과 냄새에 대한 오랜 실천과 관심이 담겨 있다”고 공식 후원사 현대자동차는 19일 설명했다. 이번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오는 11월 24일까지 계속된다.

현대차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전시 ‘모든 섬은 산이다(Every Island is a Mountain)’도 후원한다. 1995년 이후 역대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참여한 작가 36팀의 작품 약 80점을 비롯해 미래세대 예술인이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미술의 역동성을 제시한다고 한다.

이날 베네치아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시작된 이 전시는 오는 9월 8일까지 진행된다.

현대차는 개막 하루 전날인 18일 ‘현대자동차와 함께하는 한국미술의 밤’ 행사를 열어 한국관 건립에 기여한 고 백남준 작가를 기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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