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 모친 정차순씨 발인…아들 곁 영면 [포착]

19일 오전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고 박종철 열사 모친 정차순 씨의 발인식에서 유가족이 영정을 품에 안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 여사의 발인이 19일 엄수됐다.

이날 오전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고인의 발인식은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고인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박 열사 모친으로, 해당 사건은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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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91세를 일기로 지난 17일 별세했다. 남편인 고(故) 박정기씨가 2018년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부산 자택에서 홀로 지내다 건강이 악화하면서 2019년 이후 서울의 요양병원에 머물렀다고 한다.

박 열사의 형인 종부(66)씨는 “어머니가 특별한 유언 없이 빙긋이 웃으시며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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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 등 각계각층에서는 연일 애도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빈소를 찾았고, 배우 김태리씨는 근조화환을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김씨는 6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에 출연한 바 있다.

특히 박 열사의 고교 및 대학교 선배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종철이가 추구했던 꿈을 잊지 않고 있다”며 “종철이에 비해 한계와 흠결이 많은 저지만 끝까지, 단디 해보겠다”고 적었다. 그는 18일 오전 빈소를 찾아 고인과 조용히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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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을 비롯한 박 열사의 가족은 그동안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해왔다. 민주화 운동 사망·부상자 등을 ‘유공자’로 우대하는 법안이다. 고인이 떠나며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해당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빈소를 찾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국회에서 안 되더라도 다음 국회에서는 민주유공자법이 이른 시일 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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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다니던 1987년 1월 13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 주요 수배자를 파악하려던 경찰에 강제 연행돼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받다가 다음 날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박 열사의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그러나 이후 공안당국의 조직적인 은폐 시도가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이 커졌고, 전두환 정권을 무너트린 6·10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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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이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을 이끈 남편 박씨와 함께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2000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데도 이들의 노력이 컸다. 당시 유가협 회원들은 두 법의 통과를 위해 국회 앞에서 422일간 천막농성을 벌였다.

박씨는 2018년 7월 28일 세상을 떠났다.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요양원에 있던 박씨를 찾아가 박 열사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사과한 지 약 4개월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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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순 여사의 유해는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된 후 박 열사가 안치돼 있는 모란공원에 묻힐 예정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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