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게 일상” 숨진 20대, SNS에 호소한 ‘남친 폭력성’

입력 : 2024-04-18 14:47/수정 : 2024-04-18 14:59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한 뒤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20대 여성 A씨의 피해 사진. JTBC '사건반장' 캡처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한 뒤 입원치료를 받다가 숨진 20대 여성이 과거에도 수차례 데이트폭력을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여성의 부모는 가해자가 병적인 집착 증세를 보이며 통제하는 등 딸의 일상을 무너트렸다고 주장했다.

숨진 여성 A씨의 아버지는 “가해자가 딸이 합격한 대학교에 하향지원해서 들어갔다”며 “그 이후 학교에서 수차례 때렸다고 한다”고 17일 JTBC ‘사건반장’에 밝혔다.

가해자 B씨와 A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교제한 사이로, 사귀는 내내 다툼과 헤어짐을 반복했다고 한다. 주로 B씨의 폭력성이 문제였다. 실제로 경찰에 접수된 이들의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만 일방폭행 및 쌍방폭행을 포함해 총 11건이다. 그러나 전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면서 1건을 제외하고는 현장에서 종결되거나 경찰에 발생 보고만 됐다.

A씨는 부모님이 걱정할 것을 우려해 이같은 내용을 가족에게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친구들에게는 물리적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한 친구에게 “남자친구한테 맞았는데 그때 발로 차였다” “나 때리는 게 일상이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A씨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 JTBC '사건반장' 캡처

이 밖에도 A씨의 피해를 목격한 사람들이 다수 있었다. 이들은 ‘사람들 앞에서도 무차별 폭행했다’ ‘A씨의 몸에 멍이 가득했다’ 등 B씨의 상습 폭행을 폭로했다. A씨의 비공개 소셜미디어(SNS) 계정에도 B씨의 폭행으로 인해 ‘코 한쪽을 제대로 못 쓰고 한쪽 눈은 제대로 안 보인다’ 등 A씨가 피해를 호소한 글이 남아 있었다.

B씨의 데이트폭력은 폭행 뿐만이 아니었다. 휴대전화를 검사하거나,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제하고, 홀로 외출도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에 대인기피증, 트라우마 등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결국 휴학한 뒤 고향인 경남 거제로 피했지만, B씨가 학교를 자퇴까지 하며 A씨를 따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1일은 이들이 결별하지 않았다면 사귄 지 3년이 되는 날이었다. A씨는 B씨와 결별 상태였기에 기념일이라는 생각 없이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에 격분한 B씨는 다음 날인 1일 오전 8시쯤 술에 만취한 상태로 A씨의 원룸에 무단 침입해 1시간 동안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A씨의 뺨을 수차례 때렸고, 목을 졸랐으며, 눈을 주먹으로 가격하기도 했다.

A씨 측에서 공개한 피해 사진. JTBC '사건반장' 캡처

A씨의 어머니는 “딸이 친구들이랑 있었다고 전화를 20통이나 했다고 하더라. 딸은 부재중 전화가 너무 많이 와있어서 차단을 했고, 그 이후 얼마 안 있어서 구타를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폭행 피해를 당한 직후 어머니에게 전화해 “나 자는데 갑자기 찾아와서 때렸어. 경찰에 신고할 거야”라며 울먹이는 A씨의 음성이 사건반장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A씨는 사건 당일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으로 전치 6주의 상해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촬영된 사진을 보면 A씨의 우측 눈두덩이에 퍼렇게 멍이 들어있고, 목에서 졸린 자국이 보이는 등 폭행의 흔적이 선명했다. 볼 한쪽은 수차례 뺨을 맞은 탓에 육안으로 확연히 확인될 만큼 부어있기도 했다.

이후 A씨는 지난 10일 갑작스럽게 상태가 악화해 사망했다. 경찰은 A씨가 숨진 뒤 B씨를 긴급체포했으나, 검찰의 긴급체포 불승인 결정에 따라 B씨는 체포 8시간 만에 풀려났다. 검찰은 B씨가 폭행 사실을 인정한 점, 사건 발생 10일 후에도 긴급체포에 응한 점 등에 비춰 긴급체포의 법률상 요건인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에 의한 사망으로, 폭행으로 인한 경막하출혈이 극소량이라 사망의 원인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정밀 검사 결과는 최대 3개월 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딸이 사망한 뒤에야 B씨의 상습 폭행 등을 알게 된 A씨의 부모는 이같은 상황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딸이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정확한 사인 규명 등을 촉구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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