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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러시아, 美동맹 약화 위해 대북 감시 패널 종료”


러시아가 미국 중심의 서방 동맹을 약화하기 위해 국방·정치·경제·무역·정보심리 등 영역을 아우르는 공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외교정책개념을 비밀리에 추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지난달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활동을 중단시킨 것도 이런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2023년 발표한 ‘외교정책개념’의 기밀 부록 문건에 “비우호적 국가와의 관계에 대한 접근 방식을 계속 조정해야 한다. 이들을 약화하는 실질적 조치를 개발하기 위해 대내외 정책의 취약점을 찾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유럽의 한 정보기관으로부터 해당 문서를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3월 31일 새로운 외교정책개념을 발표하며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 분쟁을 이용해 수년간 지속한 반러시아 정책을 확대했다”면서도 “러시아는 스스로를 서방의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서방에 대해 나쁜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서방이) 대결 정책과 패권주의적 야망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극 세계의 복잡한 현실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문건은 공개돼 있다.

그러나 WP가 확보한 기밀 버전에는 “미국은 러시아가 서방의 글로벌 패권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에 우리를 약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우호적 국가 연합을 이끌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가 미래 세계 질서의 윤곽을 상당 부분 결정할 것” 등의 훨씬 더 강경하고 직설적인 표현이 담겼다.

WP는 특히 “러시아가 최근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유엔 대북 제재 감시 패널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해 14년간의 협력을 끝낸 건 기밀문서에 따른 작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과 긴밀한 익명의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전문가는 “러시아는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미국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중동과 동북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은 물론 남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러시아 외교정책개념 작성에 관여한 블라디미르 자리킨은 지난해 2월 러시아 외무부에 제출한 제안서에서 “미국 내 고립주의 우익 세력의 집권을 계속 촉진하고, 미국의 경제적 압력에 불만을 가진 정당을 지원함으로써 유럽 국가의 주권 회복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가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을 유발해 러시아와 중국을 더 가깝게 만들고, 미국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이스라엘·이란·시리아를 둘러싼 중동 상황을 고조시켜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WP는 “러시아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적들을 약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활용해 미국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계획을 수립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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