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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자기 죽이려던 아들인데…“다 내 책임” 선처 호소한 아버지

“똑바로 살아라” 아버지 충고에 망치 휘둘러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지난 1월 법정구속
부친 “아들 못 돌본 제 책임” 재판부에 선처 호소

입력 : 2024-04-18 00:03/수정 : 2024-04-18 00:03

지난 15일 서울고법 302호 법정에 A씨(29)가 황토색 수의를 입고 들어왔다. 방청석에 있던 아버지 B씨(70) 얼굴은 순식간에 울상이 됐다. A씨는 아버지에게 망치를 수차례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존속살해미수)로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피해자인 아버지는 법정에서 발언 기회를 얻고 “가슴이 아파 말이 안 나온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검사님. 아들이 이렇게 된 건 제 불찰”이라며 “제가 다 책임질 테니 제발 아빠와 같이 잘 살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B씨는 아들이 8살이었던 2002년부터 아내와 별거했다. 2009년 이혼했고 아내는 2018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마을버스 정비직, 아파트 미화원, 건설 현장 일용직을 전전하며 홀로 아들을 키웠다. 넉넉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착한 아이었고, 학창시절은 무탈하게 보냈다.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어했던 아들은 꿈이 잘 풀리지 않자 마음의 병을 얻었다. 2018년 군 입대를 했지만 복무 부적응으로 5일 만에 귀가했다. 정신과에서 우울증과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취직을 했지만 근태불량으로 입사와 퇴사를 반복했고, 결국 집에서 게임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B씨는 지난해 1월 서울 자택에서 저녁 식사 도중 “게임 그만하고, 일찍 자고, 똑바로 정상적으로 살아라”라고 여러 차례 충고했다. 아들은 화가 나 망치로 아버지 머리를 수 차례 내리쳤다. 이웃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아들은 행정 입원됐다. 아들은 퇴원 후 집에서 지내며 재판을 받았다. B씨는 지난해 9월 아들에게 재판 양형자료를 준비하자고 했다. 아들은 이번엔 소주병으로 아버지 머리를 내리쳤다.

B씨는 항소심 법정에서 울먹이며 “아들을 내가 돌봐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B씨는 “내가 제대로 약을 먹이고 돌봤다면 괜찮았을 것”이라며 “직장에서 일을 해야 돈을 벌 수 있으니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이런 사고까지 터졌다”며 자책을 멈추지 못했다. 그는 아들을 장기 치료해주기로 약속한 병원의 서류 등을 재판부에 냈다. 함께 성당을 다니는 지인들, 버스회사 근무 당시 동료들의 탄원서도 제출했다. 직장 동료였던 배모씨는 “나쁜 아이가 아니었는데 가정환경이 어렵다보니 심신의 안정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며 “밖에서 치료를 잘 받으면 착했던 아이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탄원서를 냈다”고 말했다.

검사는 “부친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석방 시)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피고인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선고 해달라”며 실형 선고를 요청했다. 아들은 최후 진술에서 느린 목소리로 “정말로 잘못했다.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14-3부(재판장 임종효)는 다음달 22일 선고 기일을 열 예정이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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