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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30대 여성, 애 낳으면 ‘경단녀’ 확률 오른다

KDI “경력단절, 출산율 하락 원인 40% 차지”
육아휴직 등 단기정책으론 한계
“제도지원 10년 이상 장기화해야”

입력 : 2024-04-16 19:01/수정 : 2024-04-17 00:36

한국의 30대 여성이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될 확률이 자녀 유무에 따라 14%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또 여성들의 경력 단절 우려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이유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등 단기 지원에 국한된 출산 관련 정책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육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충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6일 발간한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자녀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큰 간극을 보였다. 30대 무자녀 여성이 직장에서 경력단절을 경험한 비율은 2014년 33%에서 지난해 9%로 대폭 감소했다. 반면 자녀가 있는 경우엔 경력단절 확률이 28%에서 24%로 4% 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체 평균 30대 여성의 직장경력이 끊길 확률(17%·지난해 기준)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면 자녀 출산을 포기했을 때 경력 단절 확률이 14%포인트 이상 낮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조덕상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여성들이 경력단절 없이 커리어를 지속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임금 상승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경력단절 확률 감소는 개인의 평생 소득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현상이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끌어내리는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25~34세 여성의 합계출산율이 떨어진 이유를 분석한 결과 39.6%가 출산에 따른 여성의 고용상 불이익(차일드페널티·child penalty) 때문으로 나타났다.

출산과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오롯이 쏠린 가운데 일과 가정의 양립이 쉽지 않은 노동시장 환경이 여성들을 출산 기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여성들의 ‘출산·육아쏠림’ 현상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한국 남성의 가사 참여도는 일본과 튀르키예 다음으로 낮다. 여성 대비 남성의 육아·가사노동시간 비율이 23%에 그친다.

보고서는 현재 육아휴직, 육아기 단축근무 등 여러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30, 40대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기적인 출산율 정책에 한계가 확인된 만큼 제도적 지원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한 ‘경단녀 대책’이 출산율 제고의 핵심이라는 제언도 내놨다. 육아기 부모의 시간 제약을 완화할 수 있는 재택·단축 근무 제도, 관련 보조금 확대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 연구위원은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 정책은 노동 공급을 증가시키고 인적자본 훼손을 막아 출산율 제고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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