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편법승계 논란에… 공정위, 주식지급거래약정 공시 의무화

올해부터 연 1회 공시해야
재계 “금감원 공시와 중복” 반발

입력 : 2024-04-16 18:40/수정 : 2024-04-16 20:39
사진=뉴시스

앞으로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총수 일가에 대한 주식 지급거래 약정 내용을 연 1회 공시해야 한다. 주식 지급거래 약정을 활용한 경영권 승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규모 기업집단 공시매뉴얼 개정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주식 지급거래 약정 공시 의무화다. 주식 지급거래 약정은 주로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지급’(RSU)로 불린다. 공정위는 스톡그랜트,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보상(RSA) 등 이름에 관계없이 성과 보상을 목적으로 주식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모두 ‘주식 지급거래 약정’으로 분류했다.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RSU를 도입한 곳은 한화다. 한화는 2020년 각 계열사 대표이사와 임원에게 RSU를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00억원의 계열사 RSU를 받은 사실이 공개돼 RSU가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정위도 RSU가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봤다. 김민지 공정위 공시점검과장는 “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RSU를 현금이나 주식 배분을 용이하게 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며 “RSU가 기업집단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행 공시제도에서는 RSU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다. 실제 주식이 지급되는 시점에 매도가액만 공시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RSU가 체결되는 시점에 주식 부여 조건, 약정된 주식 부여 수량 등을 공시토록 했다. 총수 일가의 지분변동 내역, 장래 예상되는 지분변동 가능성 등을 알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올해 연 공시 및 1분기 공시부터 새로운 공시 매뉴얼에 따라 공시를 진행해야 한다.

재계는 즉각 반발했다. 개정 매뉴얼로 인해 기업 부담이 가중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RSU 공시’ 도입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건의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전달했다. 한경협 관계자는 “공정위 RSU 공시는 금융감독원 공시와 중복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번에 매뉴얼 개정을 통해 물류·정보기술(IT) 서비스 거래 현황을 공시할 때 매출 내역만 공시하면 되는 등 기업 부담이 완화된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집단 소속 국내 비상장사에 대해서는 타인을 위한 채무보증 결정 항목을 공시할 때 채무보증 기간을 공시하지 않도록 완화했다. 임원 변동 항목도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세종=권민지 기자, 황민혁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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