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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아양 스쿨존 음주사망사고’ 60대, 항소심도 징역 12년

대전 서구 둔산동 스쿨존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 A씨가 지난해 4월 10일 오후 둔산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주운전으로 어린이보호구역 인근 인도를 걷던 고(故)배승아 양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60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형사3부(재판장 김병식)는 1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위험운전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방모(67)씨에게 원심과 동일한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배양 등 피해 어린이들이 이 사고의 원인이 될 만한 정황이 전혀 없었다며 방씨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인들과 술을 마신뒤 운전하지 말라’는 지인의 말을 듣지 않고 운전을 했다. 당시 도로에서 차를 멈추거나 급가속을 하는 등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며 “사고 지점은 어린이들의 통행이 빈번한 초등학교 옆이고 피고인은 인근 아파트에서 30여년 거주한 주민이어서 어린이들의 통행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보도와 차도가 완전히 구분된 곳을 걷고 있어서 이 사건에 기여했다고 볼 정상이 전혀 없다. 사고 장소도 교통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이 안되는 곳”이라며 “피고인은 사고발생 직후에도 술에 취해 구호조치조차 못했다. 다행히 시민들이 구호조치에 나섰지만 배양은 숨졌고 나머지 어린이들도 중대한 상해를 입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들은 여전히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고 배양의 유족들도 헤어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피고인이 공탁금도 걸었지만 피해자들은 공탁금 수령을 거부했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아파트를 팔며 피해 회복을 하려는 노력이 있었던 만큼 이 같은 사정을 모두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배양의 유족은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항소심 판결이 굉장히 실망스럽다”며 “경찰·검찰·국회 등 사회 전체가 모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사법부는 계속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의 변화가 있을 줄 알고 항소심 재판에 계속 출석하고 엄벌 진정서를 내왔는데, 형이 유지된 것을 보니 재판부는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대법원까지 가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방씨는 지난해 4월 8일 오후 2시20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스쿨존 인근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다 인도를 걷던 배양 등 어린이 4명을 차로 들이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사고로 배양이 숨지고 함께 길을 걷던 9~10세의 어린이 3명이 크게 다쳤다.

사고 당시 방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수준을 웃도는 0.108%였으며, 운전 속도 역시 법정 제한속도인 시속 30㎞를 훌쩍 넘은 시속 42㎞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사고 직전 대전 중구의 한 노인복지관 구내식당에서 지인 8명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1996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2018년 법률 개정으로 위험운전치사죄의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법정형이 상향됐다”며 “특히 피고인의 의지에 따라 예측할 수 있었고 회피할 수 있었던 사고인 만큼 과실의 위법성이 크고 결과 또한 참혹하고 중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 보상을 위해 주택을 처분했고 잘못을 인정하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지만 사망 피해자의 유족이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살아남은 피해자들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피해가 크다”며 항소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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