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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기의 재판’ 시작… 트럼프 꾸벅꾸벅 졸기도

입력 : 2024-04-16 07:37/수정 : 2024-04-16 08:03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형사 재판을 맡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오전 9시 30분쯤 미국 뉴욕 맨해튼지방법원 15층 법정 형사 피고인석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들어섰다. 헌정 사상 첫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이 공식 시작된 것이다. 150명가량의 지지자가 법원 앞 콜렉트폰드 공원에 모여 그를 맞이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든 뒤 법원으로 들어섰다.

1년 전 같은 곳에서 기소인부 절차를 진행했을 때와 똑같은 장면이었지만, 대선을 200여 일 앞둔 상황이어서 의미는 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운명을 바꿀 재판”이라고 평가했다.

세기의 재판답게 수백 명의 취재진이 법원으로 몰려들었다. 재판 과정은 생중계되지 않았지만, 방청석에서 재판을 참관한 기자들이 주요 장면과 발언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전달했고, CNN 등 주요 방송은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에 들어서기 전 기자들을 향해 “전례 없는 핍박이자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며 “나는 여기 있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법정에선 변호인단과 작은 소리로 속삭였을 뿐 거의 발언하지 않았다. NYT는 “트럼프는 오전 진행된 사전 변론에서 짜증 나고 지친 기색을 보였고, (판사 발언 등에) 비웃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재판을 맡은) 후안 머천 판사가 사건 마지막 쟁점에 대한 변론을 듣는 동안 트럼프는 조는 듯 머리를 꾸벅였고, 입이 늘어졌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판 장면 스케치. AP통신·연합뉴스

이날 재판의 핵심은 배심원단 선정이었다. 머천 판사는 오후 1차 배심원단 후보 96명을 법정으로 불렀고, “이 사건 피고인은 내 오른편에 앉아 있는 도널드 트럼프씨다. 피고인 트럼프는 1급 문서기록 위조에 대한 34건 혐의로 기소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웃는 모습을 보였다고 NYT는 전했다.

배심원단 선정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머천 판사가 배심원단 후보들을 향해 “재판에서 공정하고 공평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 달라”고 요구했는데, 50명 이상이 손을 들었다. 이들은 즉시 법정에서 퇴장했다. 검찰과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나머지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편향성이 있는지 등을 신문하고 첫날 재판을 마쳤다.

NYT는 “배심원단 선정은 원래 어려운 일이지만, 이번처럼 많은 사람이 초기에 그만둔 건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대체로 배심원단 선정은 일주일가량 진행되지만, 이번 재판에선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측은 머천 판사 딸이 민주당 정치 컨설턴트로 일했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머천 판사를 상대로 기피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인 마이클 코언을 위협하며 발언 금지 명령을 위반한 만큼 3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라고 머천 판사에게 요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 후 기자들에게 “사기 재판이자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며 선거 캠페인을 방해하려는 공작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앨빈 브래그 검사장 자택에 대한 폭발물 위협 신고도 접수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NYT는 “트럼프 형사 재판이 시작되면서 대선 레이스는 미지의 영역으로 접어들게 됐다”며 “트럼프는 3년 전 백악관을 떠난 이후 전례 없는 방식으로 다시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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